한국일보

‘하쿠나 마타타’

2019-08-16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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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 픽쳐스가 만든 존 파브로 감독의 영화 ‘라이언 킹’이 지난 7월 개봉되었다. CG(컴퓨터 그래픽)로 동물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진짜 같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사실 확인을 하러 영화를 보러 갔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면 아프리카 평원, 왕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동물들이 프라이드 락에 모여든다. 심바의 출생으로 후계자가 못된 왕 무파사의 동생 스카는 사악한 하이에나 떼와 계략을 꾸민다. 어린 심바를 협곡으로 가게하고누(Gnu)떼를 좁은 협곡으로 몰아넣은 다음 무파사를 불러들인다. 간신히 아들을 구하고 절벽으로 올라가나 무파사는 스카가 밀쳐서 죽게 된다. 심바에게는 너 때문에 왕이 죽었다면서 떠나라고 한다. 사막에 쓰러진 심바는 티몬과 품바의 도움으로 일어난다.

스카와 하이에나가 차지한 프라이드 랜드는 점차 황폐화된다. 심바는 원숭이 제사장 라피키의 안내로 호수에서 아버지 무파사의 모습을 보게 되며 자신이 할 일을 깨닫는다. 돌아온 심바는 스카와의 결전 끝에 왕위에 오르고 떠나간 동물들도 다시 돌아온다.


이 ‘라이언 킹’ 영화는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져 라이언의 갈기와 잔털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 동물들이 서로 싸우는 장면들이 얼마나 섬세한 지 실제 같다. 아쉬운 점은 표정의 변화가 없다. 아버지 무파사나 심바나 분위기는 그만인데 눈빛이 유리구슬처럼 맑기만 하다. 음흉한 스카나 하이에나도 그냥 멍청한 눈빛이다.

1994년 애니메이션 원작을 리메이크 한 영화인데 차라리 뚱뚱한 비디오로 나온 애니메이션 만화가 더 감동적이다. 또 1997년 초연되어 1998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을 타고 성황리에 공연 중인 맨하탄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이 더 재미있다. 영화는 ‘눈빛 연기’와 ‘감동’이 삭제되었다.

그래도 변함없이 좋은 것은 음악이다. 광활한 초원을 가르며 웅장하게 터져 나오는 ‘생명의 순환’ (Circle of Life). 뮤지컬에서는 주술사 원숭이 라피키가 후계자 심바의 출생을 축복하는 주문으로 시작된다. 아프리카 줄루족의 언어라 한다.

“이제 곧 사자가 옵니다. 아버지여, 그럼요, 사자가 올 것입니다…
삶은 끊임없이 계속 되며 절망과 희망, 신념, 사랑을 통해 우리 앞에 놓여진 길을 가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 신비한 자연의 존재에 저절로 무릎을 탁 꿇게 만든다.
그리고 절망에 쌓인 심바에게 미어캣 티몬과 흑멧돼지 품바가 불러주는 경쾌한 춤과 노래 ‘하쿠나 마타타 (Hakuna Matata)’가 있다. 스와할리어로 ‘문제없다’, ‘염려하지 마시오(No Worries!) 라는 뜻이다.

이 하쿠나 마타타는 잊을 수 없는 것이 11년 전 암 4기를 앓으며 투병 중이던 후배에게 이 노래가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38세이던 시절, 어린 아들이 만화영화 ‘라이언 킹’을 보고 티몬과 품바가 부르는 ‘하쿠나 마타다’ 장면을 수백 번 반복해 틀면서 자신도 이 노래를 외웠다고 한다. 걱정 많고 소심하던 아이는 엄마와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면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청소년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 중이라 했다.

스스로에게 ‘하쿠나 마타타’를 속삭이며 완치가 어렵다는 항암을 4여년간 마치고 지금은 정기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하는 시기를 살고 있다. 그 행복감을 안고 첫 에세이 ‘하쿠나 마타타‘'를 쓰고 있다고 산문집 (이수경 저 ’낯선 것들과 마주하기‘)에서 밝혔었다.

우리들은 지금의 세상이 가장 어려운 시기이고 사람, 사회, 국가 모두 질시, 갈등, 싸움이 최고조에 달했다고들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들어 하고 말한다. 지나고 보면 차라리 그 때는 지금보다 덜 힘들었어 하게 되지만...

한국을 떠나 사는 우리들은 점점 꼬여가는 한일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인종차별과 총기위협이 도사린 미국에 살면서 건강 걱정, 노후 걱정, 자식 걱정 등등 참으로 걱정거리가 다양하다. 기분이 가라앉으면 ‘하쿠나 마타타’ 를 큰소리로 불러보자. 내일 걱정은 내일 하자.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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