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근교에 도봉산을 빼어닮은 산이 있다. ‘해리만 팍’은 산세가 도봉산처럼 웅장하고 가파르지는 않지만 산길로 들어서면 마치 도봉산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바위길과 계곡, 그리고 나무들의 생김새까지 한국의 산과 흡사하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오면 유난히 한인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뉴욕 17번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다가 세븐레이크 드라이브에서 우회전하면 여러 개의 호수와 산자락을 감싸고 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나온다. 세븐레이크 드라이브 초입의 아담한 마을을 지나 1마일쯤 오르막 길을 달리면 오른 쪽으로 해리만 팍의 첫번째 입구인 ‘리브스 메도우 인포메이션 센터’가 나온다. 팍 입장료는 없으며 안내소 건물 앞 주차장이나 갓길에 차를 무료로 세울 수 있다.
안내소 뒷편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면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넓은 계곡물을 만난다. 정상까지 2마일 정도 이어지는 등산로는 이 계곡을 따라 굽이 굽이 나 있는데 높이 오를 수록 계곡은 깊어지고 물 소리는 발 아래 저 만치 멀어진다. 등산로는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편이나 큰 돌과 미끄러운 나무뿌리로 덮여있어 앞을 잘 보고 걸어야 한다.
참나무, 단풍나무, 플라타너스 같은 키 큰 활엽수들과 잣나무,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이 머리위에 촘촘한 캐노피를 이루고 있어 그늘을 만들어주기때문에 모자를 쓸 필요가 없다. 팔다리를 드러내놓고 걸으며 삼림욕을 하기에는 그만이다.
등산로 옆에는 한인들이 나물로 즐겨먹는 고비가 밭을 이루고 있고 오며 가며 새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를 따먹는 맛도 쏠쏠하다. 몇 개의 나무다리를 지날 때 마다 계곡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다시 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큰 바위 위에서 떨어져내리는 계곡물들이 군데 군데 작은 폭포와 소를 이루고 있어 바지를 걷어올리고 탁족놀이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해리만 팍 한 가운데를 아팔라치안 트레일이 관통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등산로 중의 하나인 아팔라치안 트레일(AT)은 조지아주 스프링거 마운틴 정상에서 시작하여 메인 주 카타딘 마운틴 정상까지 이어지는 장장 2200마일의 등산로이다.
AT 드루하이킹(완주)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한번 해 보고싶은 일이지만 산길 9000리를 배낭하나 짊어지고 6개월간 매일 걷는다는 것은 여간한 체력과 의지가 뒷바침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AT완주에 도전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만이 AT 완주에 성공하고 있다. 백인들 일색의 AT완주클럽에 한인이 입성한 것은 지난 해의 일이다. 뉴저지의 한인 대학생 1명과 한국에서 원정온 산악인 한명 등 두명의 한인이 아팔라치안 트레일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두어시간 걸어 산 정상에 다다르면 수정같이 맑은 물로 가득 찬 커다란 호수가 눈앞에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호수를 내려다보는 소나무 밑에 앉아서 땀을 식히면 몸과 마음이 한결 맑아지는 것 같다.
한국의 산을 닮은 아름다운 해리만 팍은 녹녹치 않은 이민생활에서 고단해진 심신을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써 추천할 만한 곳이다.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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