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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공격’

2019-08-0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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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한창 대선전에 막이 오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을 향한 행보에 열 올리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트럼프의 대항마 배출을 위한 후보 토론회 개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뽑아준 저소득층 백인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실천과 미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노리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여러 후보들이 나와 자신의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주말 텍사스 엘패소와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13시간 간격으로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 최소 31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발생, 전 미국사회가 또 다시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뉴욕시와 켈리포니아주 길로이의 마늘축제 중 일어난 총격사건 이후 불과 일주만에 벌어져 더욱 충격이 크다.

사건은 3일 오전 엘패소 동부의 샤핑센터내 월마트에 한 20대 백인남성이 소총을 들고 소음방지용 귀마개까지 착용한 채 들어가 총을 난사했다는 것이다. 범인은 4개월 된 어린 아이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한 명 한 명을 겨냥해서 총을 쏘았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26명이 총상을 입고 치료중이다. 범인은 텍사스 출신으로 접경한 멕시코를 바라보며 히스패닉 인종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총기난사에 대한 긴급대응으로 총기규제에 대한 관련기관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을 “악의 공격”이라면서 “한 목소리로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총기폭력 방지를 위한 긴급대응을 주문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증오가 발붙일 곳은 없다. 증오는 정신을 비뚤어지게 만들고 마음을 황폐화시키고 영혼을 집어 삼킨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제 말로만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총기규제 강화법 마련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항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대통령의 성명이나 정치인들의 총기문제에 관한 비판과 총기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언제나 모두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불행을 당하고 나서 총기규제에 관한 소리가 냄비처럼 들끓었다 이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정치인들은 모두 나서 총기규제 강화 법안 마련에 행동을 같이 해야 한다. 더 이상 미국사회가 총기문제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언제까지 총기소지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2조만을 주장하며 무고한 시민이나 아무 죄 없는 어린아이들이, 연로한 노인들이 악의 총격을 받고 희생돼야 하는가. 총기 폭력의 고통이나 비통함을 겪는 문제는 내 가족, 내 이웃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민주당에서는 이번 총기참사를 두고 백인우월주의 색채가 강한 트럼프가 사건을 불렀다고 트럼프를 비난하며 총기 규제론을 들고 나왔다. 실은 트럼프가 그간 해온 인종주의 혹은 분열적인 언사들로 보아 아주 없다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비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민주당에서 강하게 제기되는 총기 규제론이 공화당내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전미총기협회(NRA)와 계속 뜻을 같이 하고 있다간 언젠가는 내 가족 중에서도 참변을 당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이번에는 꼭 적당히 넘기지 말고 위험인물에 대한 선별적 총기소지 규제법안 적기법(붉은 깃발법) 통과부터 서두르길 바란다. 시민들도 방관하지 말고 더 이상의 참극을 막기 위해 너 나 없이 총기규제 법안 마련 촉구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번 대선전에서는 주요 이슈 중에 난무하는 총기사건에 대한 대책이나 해결책을 어느 후보가 제대로 내놓는가 잘 살펴봐야 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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