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매너와 에티켓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포츠다. 예의를 중시하기에 복장에 관한 규정도 두고 있다. 깃이 달린 상의를 입어야 한다. 상의는 반드시 하의 속에 집어 넣어야 한다. 청바지나 민소매 상의는 입을 수 없다 등이다. 하지만 투어선수들의 복장변화 시도로 규정은 다소 완하되는 추세다. 골프황제 타이거우즈는 깃이 없는 폴로 티셔츠로 목을 감싼 상의를 입으면서 골프계 패션의 자유화를 시도했다. 그에따라 현재는 칼라가 없는 넥스타일의 상의와 여성의 소매없는 슬리브리스가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골프장에 따라 복장규정에 대한 입장은 다른 편이다. 골퍼들 스스로가 자신의 복장이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골프복장을 단정하게 갖추었어도 라운딩 중에 품위를 잃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요즘처럼 덥다고 상의를 바지 밖으로 내놓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잔디가 젖었다고 바지를 걷어 올리거나 양말 속으로 집어 넣는 것도 마찬가지다. 커다란 수건을 허리춤에 차고 퍼팅을 하는 모습도 매너는 아니다. 너무 짧은 반바지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벨트를 하고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가 무난하다. 다리에 털이 많아 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면 반바지 차림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라 세우기’ 복장은 변칙 복장스타일이다. ‘목이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지만, 멋져 보이는 패션이란 생각은 착각이다. 칼라는 원래 세우는 것이 아닌만큼 건방져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니 상대에게 실례고 단정치 못한 착용으로 에티켓에도 어긋난다. 뿐만 아니다. 머리의 움직임에 약간이나마 제한을 받기 때문에 플레이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아무도 나무랄 사람이 없더라도 골퍼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복장은 삼가하는 게 좋다.
여성 골퍼들은 지나친 노출패션으로 종종 눈총을 사곤한다. 스윙을 할 때 속옷이 드러날 정도로 어깨가 너무 드러나는 헐렁한 슬리브리스를 착용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나치게 얇은 소재의 상의를 입어 속옷이 비치는 것도 상대방에게 예의가 아니다. 무엇보다 복면을 연상시키는 패션을 즐기는 여성골퍼들의 복장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자외선을 피한다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 여성들이 복면을 연상시키는 패션으로 보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아주 드물었지만 이제는 복면을 하고 라운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골프장에 웬 복면?’이란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다.
며칠 전 롱아일랜드 골프장에서 이들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선 캡’이라는 커다란 모자와 목과 어깨에 축 늘어진 천으로 앞뒤를 가리고 얼굴마저도 눈만 빼고는 모두 가리는 기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실력은 제법이었지만 골프채를 휘둘러대는 폼은 마치 칼춤을 추는 것 같았다.
필자와 함께 운동을 하던 동반자들은 한결같이 ‘혐오감을 주는 꼴불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득 ‘왜, 복면을 하고 골프를 치는 걸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주 긍정적 사고를 가진 동반자가 ‘독특한 패션 취향이나 민감한 피부 때문일꺼야”라며 복면마스크 여성골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진짜 그럴까?
아무리 한여름 한낮 햇빛에 민감한 피부라 하더라도 바람이 솔솔 통하는 양산이 더욱 좋을 게다. 남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하는 복면마스크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외선 차단 양산, 넓은 챙있는 모자와 자외선 크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골프장을 찾는 남녀골퍼들은 복장이 땀에 지나치게 젖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상의가 얇으면 땀에 젖어 여성의 속옷이나 남성의 맨살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하의와 다른 색상의 팬티가 보여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땀을 많이 흘리는 골퍼라면 여벌의 옷을 준비해 9홀 경기가 끝난 다음 갈아 입어야 하는 이유다.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 복장이야말로 골퍼가 갖추어야 할 매너이자 에티켓이다. 물론, 복장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복장이 상대방에 대한 매너이자 기본 예의임에는 틀림없다. 때문에 복면마스크 차림새의 여성골퍼들은 앞으로 그런 복장을 자제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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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