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뼈 도둑

2019-07-20 (토)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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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콜로라도주에서는 한 장의업체를 상대로 70여명의 유가족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덴버 포스트’지에 의하면 ‘몬로즈’에 있는 ‘선셋메사 퓨너럴 홈’에서는 여러 해 동안 유족들이 맡긴 시신을 유족들 모르게 임의로 훼손, 처분 해 왔으며 이 사실이 지난 해 FBI 수사에서 밝혀졌다고 한다.

이 장의업자는 시신을 해체한 후 절단 된 신체 각 부위를 밀매업자에 팔아넘겼는데 이들이 불법으로 판매한 신체 조직은 미국내는 물론 멀리 사우디 아라비아에까지 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인의 재라며 장의업체가 유족들에게 건넨 유골 단지 안에는 사람의 재가 아닌 정체불명의 회색 가루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뉴욕, 뉴저지에서도 몇 해 전 7개 장의 업소가 무더기로 형사입건된 적이 있다. 이들은 시신을 방부처리(Embalming) 하는 과정에서 팔, 다리 늑골 등의 뼈를 빼내고 피부를 벗겨 외부에 팔아 넘겼으며 시체에서 빼낸 뼈 대신에 PVC 파이프를 채워넣고 피부 조직을 떼어낸 자리는 붕대로 가렸다고 한다.


좋은 옷 입고 잠든 듯 평화롭게 누워 ‘뷰잉’에 임하는 고인의 팔다리에 뼈대신 PVC 파이프가 들어있고 이곳 저곳 처참하게 벗겨져나간 피부를 붕대로 감싸고 있다면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뼈와 피부 등 사람의 신체 조직은 의료용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항상 공급이 달려 암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다. 돈에 눈이 먼 일부 악덕 장의업자들은 이 점을 악용하여 고객이 믿고 맡긴 시신을 무단으로 훼손하면서 폭리를 취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적출된 신체 조직들이 역학적인 검사를 전혀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이식 받은 환자들이 에이즈나 성병 등 전염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티베트와 부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새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시신을 벗겨 놓아 새의 먹이로 주는 조장(鳥葬)이 행해지고 있다. 망자의 영혼이 새와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간다는 믿음이다. 한국의 서해안 도서지방에서는 시신을 짚에 싸 바위 위에 놓거나 나무에 매다는 풍장(風葬) 풍습이 아직도 남아있다.

조장이나 풍장은 일면 야만스럽게 보이나 시신을 온전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썩지 않도록 방부처리하는 서양식 장례보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장례문화라 할 수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시신을 퇴비화 하여 집 정원이나 나무 밑에 뿌리는 ‘퇴비장(堆肥葬)’이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장례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한 평생 살다가 수(壽)가 다하여 몸 담고 있던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육신이 완전히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고 바람으로 흩어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채수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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