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구조사 질문지의 시민권 문항 공방을 보면서

2019-07-13 (토)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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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이후 인구 조사 질문지에서 빠졌던 시민권자냐를 묻는 질문을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인구조사 질문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트윗을 날렸고 2018년 월보 로스 연방 상무장관이 2020 인구조사 질문지에 시민권자를 묻는 질문을 넣겠다고 하면서 민주당 정권의 주들과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하였다. 그리고 6월 27일 연방 대법원은 5:4로 인구조사 용지에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조항을 넣지말라고 판결했다. 며칠 후 인구조사를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인 로스 연방 상무부 장관이 더이상 이 이슈로 소송하지 않을 것이며 시민권 질문 없이 인구조사 용지 인쇄를 시작 하겠다고 발표해서 해서 그렇게 완전히 해결이 된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연방 대법원 결정을 바보같은 결정 이라며 행정명령을 발동해서라도 문항을 넣겠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과 상무부의 입장이 정반대로 나오자 연방 순회법원 판사가 법무부 변호사들을 독립 기념일 연휴에 긴급히 불러 "당신들 입장은 뭐냐?" 고 물었고, 법무부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진상을 파악하는 중" 이라며 답변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는 소송 않겠다는 상무부의 입장을 트럼프 트윗 한 번에 뒤집어 버렸다.

이런 시민권 질문이 처음은 아니다. 인구조사를 실시해온 지난 200년 동안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그러다가 1950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중단을 했고 2000년 이후 부터 시민권에 대한 질문은 ACS(American Community Survey)에서 인구조사용 특정 군집에서 표본 추출하여 보내는 질문지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인구조사 질문지에 시민권 문항이 들어갈 경우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류미비자와 가족들 포함 약 600만명이 인구조사에서 누락될 것이라고 의회신문 ‘The Hill’ 은 밝혔다.

이를 근거로 예상해보면 인구 60만명당 연방하원 선거구가 하나 배정이 되는데 600만 명이 누락이 된다면 이민자들이 많은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10석의 연방하원 자리가 이민자가 없는 공화당 텃밭의 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서 이민자들이 많은 대도시들은 연방에서 정치력이 약화되고, 2020년 기준은 더 많아지겠지만, 2010년 기준으로 1명당 3000달러 정도 책정된 연방 지원금을 매년 180억 달러 10년 동안 1800억 달러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대도시는 황폐화 할 것이 명백하다. 뉴욕시와 같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시민권자만을 기준으로 예산이 책정이 되어 도로, 학교, 경찰서, 도서관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하면 도시 유지가 가능할까?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은 사법부 결정을 부정하는 것이 3권 분립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는 미국 헌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는 깨달았는지 연방법무부 결정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행정명령으로 인구조사 질문지에 시민권 문항을 넣겠다는 고집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는 행정부와 정보관리 부처에서 미국내 비시민권자와 서류미비자를 찾아내도록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1년 가까이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공방전만으로도, 서류미비자가 있는 가족들은 작금의 반이민 전쟁으로 그렇지 않아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인구조사에 응한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성공을 하게 되어 2021년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재조정을 하게 되어 연방 하원은 공화당 천하가 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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