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독립기념일’

2019-07-09 (화)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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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이 되면, 7월4일 전후로 폭죽을 터뜨리고, 여름날의 열기를 식히며, 바비큐를 하고, 풀장에서 혹은 아이들이 열광하는 이동식 놀이공원에서 가족들과 친지들이 함께 들뜬 공휴일을 즐기는 모습은 전형적인 독립기념일 광경이다.

초기에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그 후에는 여러 다른 개인사유로 신세계인 미국을 찾아 새로운 문화와 관습을 만들어가던 영국인 이주자들은 타지인 식민지에서의 삶을 간섭하던 버거운 모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싶던 차에, 과세를 부과한 황실의 부당성에 항의하며 독립국이 되고자, 노예들에게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참전을 종용하며 영국군과의 전쟁에서 1776년 승리하였다. 이들은 원주민들을 살해하고 박해하였으며, 참전한 노예들에게 거짓 약속했던 자유를 다시 빼앗고 가짜 주인 행세를 해온지 거의 250년이 되어가고 있다.

1619년 네덜란드 배에 실려 온 스무 명의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버지니아 주 제임스 타운에서 대부분 노예로 살았고 이렇게 시작된 노예제도는 1865년 링컨대통령에 의해 폐지되기까지 250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 후로 155년이 넘은 오늘, 노예제도는 백인우월주의와 인종차별 정책으로 탈바꿈되었다. 백인들의 백인들을 위한 백인들의 경제 확장과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이민정책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체장애자와 여성과 유색인종을 공공연히 비하하고 모독하는 언행은 그를 따르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서슴지 않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백인우월주의자들 단체의 숫자는 30% 이상 급증하였고 Hate Crime (증오범죄) 또한 30% 이상 급증하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였다.

2016년 대통령 선거 전 3년 동안은 Hate Group(증오그룹)의 숫자가 줄고 있었는데 현재는 약 1,020개로 늘어나 소수인종을 위협하고 있다. 쉽게 online으로 증오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데, ‘백인 민족주의자 ‘그룹이 거의 50% 증가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그 동안 별로 눈에 띄지 않던 Neo-Nazis (신 나치주의자), Neo-Confederate (남부 연합 백인민족주의자), Ku Klux Klan등이 요즈음 내놓으란 듯이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피츠버그 유대인 회당에서 11명을 살생하고, 국경지대에서 정부의 이민정책을 돕는다고 이주자들에게 총을 겨누며 위협하는 백인 자원자들이 있다.

국경을 넘어온 어린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분리시켜 칫솔, 치약, 비누 등의 기초적인 위생시설조차 없는 곳에 2년이 넘도록 감금하여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미국정부가 인권옹호를 주장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한다는 것은 백인우월주의를 추종하는 것은 아닌지, 소수민족으로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우리는 새롭게 역사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김성실/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인종정의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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