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전적인 미국영어

2019-07-05 (금) 백향민/ 영어음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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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영국영어가 미국영어에 비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영어는 천박하다는 주장에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영국으로부터 신대륙 미국으로 이민이 시작되던 시기는 17세기 초 무렵이었다. 이들 집단은 남동부 지역의 영국인들이었고 현 미국의 북동부 지역에 정착했고 이후 전 대륙으로 진출했다. 이후 영국영어는 큰 변화를 겪는다.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하는 남동부지역의 노동자 계급의 젊은 세대들은 전통적 발음을 버리고 새로운 발음으로 이동한다. 언어의 표현이나 발음의 변화는 교육정도가 낮은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초기에는 보수적이고 교육받은 계층은 이 변화에 저항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흡수된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학자들도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영국영어와 미국영어의 여러 가지 차이중 하나인 [r] 발음은 원래 영국영어에서 사용하던 소리였지만 이 시기에 탈락했다. 그러나 소리의 변화 전에 영국을 떠난 이민자들은 [r] 소리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r 라는 단어의 영국 발음은 [카아] 이지만 미국식 발음은 여전히 [r] 소리 유지하는 [카아알] 이다. 사람들은 미국 발음이 영국 발음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영국발음이 중세영어에서 이탈한 것이다. 즉 현대 미국영어 발음은 중세영국 발음에 가깝다. 더 고전적이고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미국영어 발음은 [r] 소리를 여전히 유지할까? 언어는 이민을 하면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는 언어학 이론이 있다. 고려인의 한국어도 조선족의 한국어도 조선후기의 언어이고 캐나다 퀘백 지방의 불어도 여전히 이민초기 시대의 불어가 유지되고 있다. 80년대 초 미국을 방문했던 한 유명소설가는 왜 미국 동포들은 10년 전 한국말을 쓰는지 궁금해 했다.

미국영어는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특징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셰익스피어가 다시 살아난다면 영국인과는 대화가 안 되지만 미국인과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영어학자들은 주장한다. 한편 미국보다 뒤늦은 시기에 이민이 시작된 호주, 뉴질랜드는 변화된 발음을 갖고 이주한 집단으로 왜 영국영어와 가까운지 설명이 된다. 미국영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백향민/ 영어음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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