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We go together”

2019-07-03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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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전 세계인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이 판문점에서 전격 만나는 역사적 장면을 설레임과 지대한 관심속에 지켜보았다.

이들의 만남은 66년전 동족간에 치열하게 벌어진 분단과 죽음의 현장인 비무장지대(DMZ)에서 전격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번 만남은 한미정상회담차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특유의 파격적인 제안에 따른 것으로, 그야말로 누구도 예측 못한 상황이다 보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서 김정은의 제안에 따라 역대 어느 미 대통령도 해보지 못한 남북한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월경, 10미터나 북한땅을 걸어보는 파격 행보를 보여 전세계인을 흥분시켰다.


두 정상의 이번 회동을 보면서 남한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수많은 한국인들도 눈시울을 붉히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로 한반도와 미국은 물론,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 북한도 체제가 안정되면서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 더 이상의 위기가 한반도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만남을 계기로 지난 싱가포르 회담이후 냉각됐던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김정은이 다음엔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희망과 기대, 반가움과 기쁨보다는 불안과 긴장감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거주 수많은 불체자들의 가족과 아직도 인권을 유린당하고 사는 북한 주민들이다.

바로 이 시점, 트럼프 대통령이 불체자 체포 추방, 작전을 독립기념일 이후 개시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해당 이민자들이 공포에 떨며 노심초사 애를 태우고 있는 입장이다. 대상은 우선 뉴욕, LA 등 대도시 거주 2,040여 불체자 가족이라고 한다. 불법을 정당화 할 순 없지만 기회의 나라 미국에 살겠다고 찾아온 이들이 신분 때문에 하루아침에 쫓겨나야 할 형편에 놓인 것은 너무 가엾다.

국경장벽 건설 추진중에도 여전히 미국에 가서 살겠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찾아드는 중남미 이주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국경지대에서 2세 여아가 아빠와 함께 강을 건너다 익사한 비극적 사건은 충격 그 자체다. 멕시코 접경 구치소에 부모와 분리 수용된 350명의 이민자 유아와 아동이 수주간 씻지도 못한 채 한달 이상 입은 더러운 옷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배고픔에 잠도 못이루는 가하면, 기생충에 감염된 어린이도 있어 아동학대라는 비난여론까지 일기도 했다.

세계 최고 부자나라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될 행보에만 관심 쓰지 말고 강국의 수장으로서 인간의 기본인 인권문제부터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깜짝 회동도 다시 고개를 든 뮬러 특검의 탄핵 여론을 잠재우고 차기 대선용 인기몰이로 이번 민주당의 경선 흥행몰이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행보였다는 후문이 있다.

북한의 인권도 김정은의 화려한 행보 뒤에는 우리의 동족이 여전히 기아선상에서 당국의 철저한 감시속에 숨죽이며 사는 처참한 상황만이 존재한다.

트럼프는 이번 김정은과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분단 냉전 현장을 평화의 무대로 이끌었으니 충분히 박수 받을 만 하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차기 대선용을 목표로 한 ‘깜짝 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진정 그가 전세계 자유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어떻게든 김정은을 움직여 북한의 완전 핵 폐기는 물론, 그 곳에서 숨죽이고 사는 가엾은 2,500만 동족들의 삶을 어둠에서 해방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우선 미국내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기본인권에 대한 박탈행위부터 멈추는 일이다. 트럼프는 또 수많은 이민자들이 관심갖고 보고 있는 반이민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김정은에게 건넨 말처럼, 우리는 어떻게든 함께 가야 한다.
“We go together”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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