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의 ‘격려의 기술’

2019-07-02 (화)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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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66년 동안 금단되어 온 북한 땅을 처음 밟아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일본에서 열리는 G20 참석차 비행기에 오를 때 미국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열띈 토론회가 진행 중이었다. 내년 선거에서 자신의 맞수가 될 후보들에 대해서 왜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트럼프는 의연하게 ‘나는 자유진영을 구하러 가야 해서 TV를 볼 수 없다. 미안!’이라고 트윗을 했고 TV를 볼 수 없다던 그는 40분 후에 ‘지겹다!(Bor ing)’이라는 단어 하나로 민주당의 토론평을 마쳤다.

일본에 도착 한 트럼프는 1차 토론회에 1,810만명의 시청 기록을 세웠다는 보고를 받고 비상한 맞수 작전을 벌린 것이 판문점 회동 묘기였다. 트럼프의 기술은 미국과 세계의 여론몰이를 단숨에 완판승으로 만들었고 궁지에 빠진 김정은에게도 격려(?)의 기회를 만들어 줬다. 북미 정상들의 회동의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북에서 불 때 완전히 완패한 ‘하노이 회담이 위대한 승리였지만 언론은 반대로 보도 했지만 결과도 필요에 따라 우리가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고 코가 석자에 빠진 김정은을 격려하고 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바꿔달라 했던 폼페이 장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 2~3 주 안에 실무 접촉을 하도록 하겠다고 통보함으로 트럼프는 종래의 자기 주장들에 대해서 확고하게 쐐기를 박는 회동이 되었다. 북핵의 1차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두 사람의 회동에 끼지도 못하고 들어갈 때, 나올 때 영접 위원으로 수고만 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한국의 대통령에게도 트럼프의 한마디 격려는 어김없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격려의 달인이다.

판문점 회동이 끝난 후 헬기로 오산 주한 미군 공군부대를 방문했는데 자국의 대통령을 영접하러 모인 그 자리에서 트럼프는 격려의 최극치의 명장면을 연출했다. 병사들의 이름을 사병으로부터 장군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2,30명의 이름들을 불러 격려하고 감사하는 모습은 한편의 진한 감동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시전트 메이저 태그 상병은 어디 있나요? 캔 크루지 중장! 루이스 바크 어디 있나요? 댕큐. 그리고 필 허슨 나의 주임 원사님 어디 있나요? 마이크 빌스 중장! 제이슨 스미스… 스티브 오아이 원사. 바르밀러 중장. 크리스 대치 원사. 애덤 비에처. 댕큐…

그 외에도 여러 장병들의 이름들을 불렀고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주한 미군 장병 여러분들께 3억8,000만 명의 미국민을 대표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미국에 있는 여러분들의 가족들과 배우자들의 희생과 헌신의 덕택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특히 헌터 주임 원사를 빼놓지 않았는데… 한국 고아로 미국 입양아 출신인 그는 지금 미 공군의 일원으로 한국에 서 미국 공군으로 임무에 임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한다고 격려했고… 짐리 공군 대변인 대위는 포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고아로 역시 미국을 수호하기 위해서 수행 하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모든 미국 시민들의 존경의 대상이 된 것은 우리들의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댕큐 댕큐…’ 연발하는 대국의 대통령을 가진 미국 국민들은 얼마나 행복한 가?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이역만리 타국에 있는 군인들을 격려하는 미국의 대통령과 폭침으로 46명의 해군들이 사라졌는데도 축구 경기를 관람하고, 추도식에도 나타나지 않는 조국의 두 대통령의 얼굴들이 겹쳐 오르면서 뜨거운 감격과 한편으로는 서글픔의 눈물이 자꾸만 자꾸만 베갯잇을 적신다.

<김재열/뉴욕센트럴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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