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의 ‘악성 공격심’

2019-06-20 (목)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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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 폭탄은 그 자리에서 6만 6,000명을 죽이고 사흘후인 8월 9일 나가사끼에 떨어진 같은 폭탄은 그자리에서 3만 9,000명을 죽였다고 기록에 나와있다. 부상을 입고 후에죽은 사람의 수는 그 수의 배도 넘는다고한다. 지금 미군부대와 러시아군대가 가지고 있는 핵폭탄은 세계의 인구를 전부 다 죽이고도 훨씬 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데 두 정부는 그러한 핵폭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모든 사회에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이 있고 또 그러한 법률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불법적이나 합법적으로 서로 죽이는 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 선전포고와 사형집행은 사람을 아주 떳떳하게 죽여도 된다는 규례이다.

옛날에는 사형수를 돌로 쳐죽이고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고 또 칼이나 작두로 목을 잘라 죽이고 불로 태워죽이고 줄에 달아 목을 졸라매 죽였다. 총기가 나온 후에는 총으로 쏘아 죽이고 전기가 나온 후에는 의자에 앉혀놓고 높은 볼트의 전기로 죽이는 예가 생기게 되었다. 전기의자에서 죽는 사람은 전기의 쇼크가 들어 올 때 몸을 맹렬히 떨며 변을 보기 때문에 간수들은 그사람을 의자에 꽁꽁 묶어야 하고 그의 항문에는 솜을 단단히 뭉쳐서 틀어 막아야 했다. 최근에는 고통없이 죽인다고 해서 혈관에 독약을 투입해서 죽이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 파멸성’의 해부라는 책에서 둥물이 다른 동물을 잡아먹거나 혹 싸우다 죽이는 예와는 달리 인간의 살인행위는 상대를 완전히 파멸시켜 없애버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말하고 그러한 행위의 근거는 소위 인간의 ‘악성 공격심’이라는 심리에 있다고 말했다. 전쟁역사학자는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쟁은 기원전 8세기의 예리고 전쟁이라 하며 이것은 불과 3,000년 밖에 되지않는다.

사랑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의 최후 장면에는 줄리엣의 아버지 카풀렛이 대천지 원수인 로미오의 아버지 몬테규를 향하여 “형님” 이라고 부르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에 응하여 몬테규는 줄리엣을 위하여 순금으로 된 스태츌을 세우겠노라고 카풀렛에게 약속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전체는 하나의 커다란 무대요 그 세계 속의 모든 인간은 그위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라는 말이 있다. 관객이 없는 연극은 있을 수 없으므로 우리의 인간 연극을 관망하는 관객들은 아마도 모든 염라대왕, 야훼, 알라, 하나님 및 터줏대감, 러시아귀신, 미국귀신, 한국귀신 그리고 비행접시를 타고 온 외계인이 객석에 앉아서 우리의 인간연극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저들도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슬픈 연극을 볼때 눈물을 흘릴까?

<윤석빈 / 은퇴 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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