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끄러움이 없는 후손들

2019-03-02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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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獨立運動/Independence Movement). 독립을 위한 운동. 식민지 된 땅의 백성이 식민지에서 독립하려고 하는 운동. 그럼 식민지(colony)란. 지배를 받는 영토다. 고대 로마는 부대를 파견해 식민지를 직접 통치했다. 그 때 부대의 식량을 제공받기 위해 경작지를 마련했다. 이를 콜로니아(colonia)라 불렀다.

콜로니아란 농민을 뜻하는 라틴어 콜로너스(colonus)에서 파생됐다. 콜로니, 식민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힘을 가진 나라는 힘이 없는 사람들을 지배해 오고 있다. 사람만 지배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도 지배한다. 한반도는 1910년 8월29일부터 1945년 8월15일까지 일본의 식민지였다. 정확히 34년 351일이다.

1910년 8월29일. 일본이 한일합방조약을 공표한 날. 이에 대한제국이 다스리던 모든 영토가 식민지로 편입됐다. 그리고 대한제국 황실은 이왕가(李王家)로 격하돼 일본 황실에 편입된다. 한반도에 살던 한민족은 땅을 빼앗겼다. 땅만 빼앗긴 게 아니다. 식민지화가 점차 증대될수록 한민족의 혼과 정신마저 빼앗으려 했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시 통치는 대개 3등분으로 구분한다. 제1기. 무단통치기간(1910-1919). 이 때는 3.1운동과 민족자결운동이 대두된다. 제2기. 민족분열 및 문화통치기간(1920-1930). 민족을 분열시키려는 일본의 시도가 증대된다. 제3기. 민족말살 및 병참기지화 통치기간(1931-1945). 만주사변 및 제2차대전 발발시대다.

3.1독립운동은 ‘대한독립만세’인 만세운동부터 시작된다. 일본의 지배가 10년이 돼가는 시점. 1919년 3월1일, 기미년. 한반도 전역 106만명이 집회에 참가. 일본의 총칼과 방화 등으로 7,509명 사망, 4만7,000여명이 구속됐다 한 달 후인 4월1일. 천안군 목천면. 유관순은 시위대 선두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나갔다.

17세의 꽃다운 나이. 이화학당 고등부1학년 재학. 조국의 독립만을 열망하며 일본헌병대의 총칼은 무서워하지 않고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돌격하던 그. 투옥된다. 공주법원에서 5년형을 선고받는다. 1920년 4월28일. 영친왕이 일본 왕족 이방자와 결혼. 특사로 1년6개월로 감형된다. 그러나 그는 옥중에서 독립만세를 외친다.

시도 때도 없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유관순. 만세를 외칠 때 마다 고문을 당한다. 그러다 1920년 9월28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사한다. 형기를 3개월 남긴 상태. 사인은 “3.1독립만세로 인해 왜병에 피검돼 옥중에서 타살 당함”이다. 유관순이 옥사할 때 친일파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잘 먹고 잘살고 있었겠지.

2002년 2월28일. 대한민국 국회의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친일파를 발표했다. 친일인사 708명이다. 을사오적 5명. 정미칠적 7명. 경술국적 8명. 조선귀족 115명. 일본귀족원 9명. 중추원 561명. 도지사 43명. 도 참여관 103명. 조선총독부 국장과 판검사 117명. 밀정 16명. 군수산업 및 친일단체 33명 등이다.

해방 후 이승만 정부시절. 122명의 장관, 각료에 속한 친일파 75명. 국회의원 851명 중 388명이 친일파였다. 만세를 외치다 옥사한 유관순이 이를 알면 무엇이라 할까. 친일행적으로 부를 쌓았던 기업인의 후손 중 모 정치인은 당 대표까지 했다. 지금도 국회의원이다. 반대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은. 가난을 면치 못하고 살아왔음에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가졌던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의 식민지는 아메리카를 비롯해 40여 개국이나 됐다. 아시아에서만 21개국. 그 중 가장 큰 나라는 인도와 미국. 미국은 1776년, 인도는 1947년 독립했다. 과연 태양이 지지 않았던 영국이다. 그러나 지금의 영국은, 식민지였던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3.1독립운동에 펼쳐진 독립선언서. 선조들의 얼이 서려 있다. “반 만 년이나 이어 온 우리 역사의 권위에 의지하여 독립을 선언 한다”며 “온 인류가 함께 살아갈 권리를 실현하려는 정당한 움직임”이라 온 세계에 선포했다. 독립운동을 펼치다 일찍 하늘에 간 선열들. 그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후손들이 되어 지기를 기원해 본다.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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