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 정가는 음모론 대홍수…트럼프에 이어 진보진영도 탐닉

2025-07-27 (일) 09: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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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오바마 반역죄’ 제기…민주당은 엡스타인 집중공략

▶ 정적 공격에 너도나도 동원…트럼프 스타일이 정가 전반에 확산

워싱턴 정가는 음모론 대홍수…트럼프에 이어 진보진영도 탐닉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관련 음모론을 브리핑하는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 [로이터]

워싱턴 정가에서 음모론이 넘쳐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트럼프 진영뿐 아니라 민주당 등 진보 진영도 음모론에 탐닉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실 여부와 관련 없이 음모론으로 정적을 공격하고, 대중의 이목을 끌어모으면서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워싱턴 정가 전반으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계 입문 이전부터 음모론으로 스스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엔 케냐 태생의 흑인 아버지를 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덕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다는 '러시아 스캔들'의 배후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썼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장면을 묘사한 인공지능(AI) 생성 동영상이 게재되기도 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이 같은 음모론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음모론을 덮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미성년자들을 성 착취한 뒤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한 문서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의혹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엡스타인의 50세 생일 때 여성 나체를 외설적으로 그린 축하 편지를 보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대해 100억 달러(약 13조7천억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내기도 했다.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관심을 갖는 음모론에 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그에 대한 음모론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그가 직접 연방 정부 내 기득권 집단을 의미하는 '딥스테이트'(Deep State)와 관련한 각종 음모론을 제기한 탓에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해명을 믿지 않는 분위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을 구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음모론자들의 집단 큐어넌(QAnon)이 과거 민주당 정부에 극도의 반감을 지녔던 것은 권력자들이 인신매매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다는 주장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성범죄자 엡스타인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 입장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엡스타인과 관련한 자료를 은폐하지 말고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음모론에 탐닉하는 분위기는 트럼프 진영을 넘어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뉴욕)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진실을 숨기려고 하고 있다면서 엡스타인 관련 자료의 공개를 요구하는 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하원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메릴랜드) 의원은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트럼프를 보호하기 위해 자료를 은폐하는 것이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한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은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격 사건이 사전에 기획된 쇼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제프 댄시 토론토대 교수는 "과거에도 미국 정치권에서 각종 음모론이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현실 정치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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