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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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한반도와 김정은

2019-02-2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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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조선왕조는 나라 안의 치열한 당파싸움과 외세의 끊이지 않는 간섭으로 국정이 말이 아니었다. 이때 개화파들은 조선의 근대화 작업에 앞장서면서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표방하게 된다. 당시 배후 세력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의 열강들이었다.

이들이 서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자국의 이익과 세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 결과 중국과 일본과의 충돌로 청일전쟁이 일어나고 러시아와 일본의 충돌로 러일전쟁이 발발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일본의 승리로 조선왕조는 결국 한일합방이 되면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 36년간 일본에 의해 온갖 탄압을 겪는 신세가 되고 만다.

견디지 못한 한민족은 마침내 100년전인 1919년 3월1일 대대적인 독립만세 운동을 전개해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근간을 마련한다. 이 운동에 17세밖에 안된 소녀 유관순이 일본군의 총칼도 마다않고 앞장서서 열화와 같은 대국민 만세운동의 불을 뜨겁게 지핀다. 이외에도 김구, 윤봉길, 이봉창 같은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을 곳곳에서 전개했다.
유관순 열사는 일본군에 잡혀 모진 고문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죽는 날까지 오로지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가 잡힌 지 1년 만에 옥사, 그의 애국정신은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다.


오로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몸을 던진 이들의 눈물겨운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세계 2차대전에서 일본의 항복으로 해방은 됐지만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의 신탁통치로 이남, 이북으로 나뉘어지는 신세가 되고 만다. 민족 분단의 아픔을 안은 채 동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산 지 70여년.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런 비운의 역사적 사실을 새삼 돌아보는 것은, 제 2차 북미정상회담차 이번에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그를 수행한 우리의 동족 북한 정권 실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뼈아픈 지난 긴 세월이 통한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남한을 폐허로 참혹하게 만든 6.25전쟁도 모자라 이제는 핵으로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고 2,500만의 가엾은 동족을 인질로, 남한의 5,000만 동족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김정은. 그가 돼지처럼 살찐 모습을 드러내면서 차창밖에 손을 흔들고 열차에서 다시 전용차로 거구의 몸을 옮기는 장면을 보면서 과연 그에게서 7,500만 한민족이 염원하고 미국과 세계 자유우방국가들이 바라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된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할 수 있을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이지만 과연 김정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가 세기적 관심사다.

김정은이 미국과 회담할 때마다 중국은 김정은을 철두철미하게 뒤에서 배려했다. 이번에도 김정은이 베트남에 도착할 때까지 그 긴 일정의 대륙 횡단 전용열차 주변의 경호를 철저하게 도왔다. 중국은 호시탐탐 조선의 모든 내정을 간섭하며 못살게 굴던 나라이다. 조공을 바치게 하고 조선의 왕이나 왕자도 볼모로 잡아가려 들고 조선의 아녀자들을 멋대로 데려갔다. 툭하면 남에게 짓밟히고 그것도 모자라 동족의 위협으로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비운의 슬픈 역사와 운명을 지닌 한민족.

정말 김정은이 이런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처럼 오래 시간을 끌면서 시소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미국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피말리는 게임을 하는 김정은. 언제까지 우리가 김정은이 벌이는 깜짝 이벤트를 보면서 그의 입에서 무슨 결정이 나올까 계속 땀을 쥐고 바라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김정은과 트럼프와의 회담 횟수가 더해지면 질수록 남한의 미래가 더 걱정이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혹여 김정은의 속셈이 협상 때마다 미국으로부터 하나씩 얻어내고 남한을 상대로 자신의 계획을 관철시키고 북한의 배만 부르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감 때문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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