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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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밝히는 촛불

2019-02-02 (토)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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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를 계획하듯이, 새해를 맞이하여 새해의 꿈을 가지게 된다. 새해를 잘 살기 위해서는 지난해의 일들이 잘 정돈되어서 앞으로 나아갈 길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해의 문제들을 잘 해결하는 것은 새해의 나아갈 길을 평탄하게 하는 일이다. 지난해에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 올해의 일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수많은 생의 인연들이 나의 잠재의식에 담겨 있는데 그것들이 나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알고 있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나의 과거의 행위의 기억들을 잠재의식에서 풀어내 깨끗하게 하고 마음을 밝게 하는 것이 중요한 마음공부이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찰에서는 촛불을 켜고 많은 불자들이 함께 정진한다.

한마음선원에서는 이러한 정진을 ‘촛불재’라 하여 설날 차례와 함께 행하고 있다. (올해 촛불재는 2월3일 일요일) 촛불재를 제정하신 대행선사께서는 촛불재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촛불재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태워서 어둠을 없애고/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촛불처럼,/ 새해를 맞이하면서 무명을 밝히고/ 지혜로운 마음으로 항상 마음의 뿌리가 밝아지도록/ 발원하는 방편이자 진실한 의식인 것입니다.”

촛불재는 초에 불을 밝히는 상징을 통해서 우리 마음에 지혜의 불을 밝히는 의식으로 모든 문제와 괴로움의 근본 원인이 되는 무명을 밝혀서 과거 업식의 장애를 녹여 깨끗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 바탕에 본래부터 있는 지혜와 능력이 마음과 몸을 통해서 흐르게 하여 풍요롭고 밝은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이다.
불이나 빛은 모든 종교에서 사용하는 상징이다. 촛불은 진리의 상징이다. 초는 우리의 몸과 과거의 삶이 잠재의식에 기억된 업식을 상징한다. 업식은 우리의 몸과 환경을 인과의 법칙에 따라 지배하며 우리에게 괴로움을 경험하게 하고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며 이 몸만이 나라고 하는 에고 의식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그리고 에고 의식은 무명(지혜의 빛이 없는 상태)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촛불은 무명이 녹아 지혜의 빛이 되어 우리의 마음과 몸을 통해서 비추는 것을 상징한다. 초에 불꽃의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듯이 우리 안에 본래 지혜가 있으나 무명이 그 빛을 가리고 있는데, 우리가 그 영원한 생명과 지혜의 빛을 믿고 에고 중심의 모든 집착과 생각을 놓아버릴 때 영원한 생명의 빛은 잠재의식에 저장된 업식의 기억들을 녹여서 빛으로 화하게 하여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이것이 촛불이 상징하는 의미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의 촛불을 밝혀, 인과의 법칙에 따라 모든 고통을 가져오는 업식을 녹이고 좁은 생각들을 놓아버리자.
본래 영원한 생명의 지혜와 에너지가 우리의 마음과 몸과 환경을 통해서 밝게 빛나기를 발원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원공 스님/ 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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