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권과 동물권의 충돌

2019-01-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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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롱스 동물원에는 아시아(아마도 타일랜드)에서 온 코끼리 ‘해피’가 산다. 이름은 해피지만 이 코끼리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4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와 처음에는 플로리다의 넓은 사파리에서 가족과 함께 살다가 뉴욕으로 이주됐다. 같이 살던 코끼리가 2006년 사망하자 달랑 혼자 남았다. 사회적이고 가정적인데다가 어느 정도 지능도 있는 코끼리의 생태를 생각하면 아주 외롭게 살고 있는 처지다. 거기다 거처하는 곳도 1에이커 남짓한 비좁은 공간이라고 한다.

사람의 인권도 흔들리는 요즘 동물권을 얘기하는 것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들은 서로 뒤엉켜 있어서 한 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온전치 못하게 변화한다. 어떤 생명이든 생명 자체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정신적 후유증이 인간을 향해 도전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분명 적정선이 있을 것이다.

하소연하고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동물 대신 동물의 권리를 주장해 주는 기관 중에 ‘인간 아닌 것의 권리 프로젝트(Nonhuman Rights Project)’가 있다. 이들은 2013년부터 서커스 코끼리와 관련해 3건, 우리에 갇힌 침팬지 관련 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이 소송에 이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러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여론을 조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 10월 해피의 석방(?)을 위한 청원을 뉴욕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해피를 적어도 캘리포니아의 다른 코끼리들이 사는 곳으로 보내주자는 취지다.


기존의 법은 인간만을 위해 만들어져 있어 아직까지는 동물보호단체의 송사가 매우 더디고 상징적인 의미로 진행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권과 동물권이 충돌하는 지점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학자들 중에는 동물의 권리를 인간의 영역으로 확대하다보면 인간 권리가 오히려 침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접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법적이면서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답은 아직 멀고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야 할 것이다. 그러니 우선은 인디언의 삶의 방식을 차용해 쓰면 어떨까?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입으로 가져가는, 먹고 살기 위한 목적 외에 인간 오락용으로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멀리 둘 것은 멀리 두고 그저 바라보기에 만족하는 인간의 자세 말이다.
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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