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

2018-10-17 (수) 대니얼 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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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은 이것에 달렸다

“코딩보다 더 필요한 기술은 소프트 스킬이다. 컴퓨터 전공자가 다른 분야 전공자에 비해 취업이 빠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프트 스킬을 지닌 사람이 직장에서 승진도 빠르고 연봉도 높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래의 직업’이라는 포럼에서 링크드인 최고경영자(CEO) 제프 와이너는 역설했다.

미국내 거주하는 인구 비율과 교육 수준을 따져볼 때 CEO 위치까지 올라가는 아시안은 적다. 아시안 여성은 더더욱 적다. 예를 들면 500대 기업들 가운데 아시안 여자 CEO는 펩시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 지난 10월 초에 은퇴한 인도출신 인드라 누니 한 명
뿐이다. 상대적으로 고학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아시안은 왜 ‘대나무 천정(Bamboo Ceiling)’이라는 장벽을 넘어서지 못할까. 다름아닌 소프트 스킬이다.


같은 전공, 같은 대학, 같은 학점을 지닌 두 사람이 똑 같은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의 승진과 연봉에 격차가 벌어진다. 왜 일까. 코펜하겐 대학의 젠소브스키 교수가 직장인 남녀 1,500명의 학교 성적, 지능지수를 조사하고 그들의 연봉을 10년 동안 추적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연봉을 결정하는 요소는 학력이나 지능이 아니라 성향이다. 소위 말하는 빅5 성향, 즉 개인의 외향성(Extraversion), 친화성(Agreeableness), 신경증(Neuroticism),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에 따라 연봉에 차이가 난다고 분석했다.

빅5 성향 가운데 특히 성실성이 연봉과 승진이 가장 밀접하게 직결되어 있다. 젠소브스크 교수는 지능지수가 높거나 교육을 더 많이 받았거나 성적이 좋다고 해서 성실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학교 우등생이 사회 우등생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말과 일치하고 있다.

성실성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성실성은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이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고, 조심스러워 보이며, 강박적으로 깔끔하거나 까다롭기도 하지만 일단 일을 시작하면 꼼꼼하고, 정확하며, 꾸준하게 밀고 나간다. 성실성이 높을수록 주어진 일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할 문제를 사려 깊게 검토, 분석한다.

이에 비해 성실성이 낮은 사람은 지구력과 집중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일관성이 없다. 주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거나 분별력없이 충동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성향을 보인다. 또한 자제력 부족으로 자신의 시간 관리를 소홀히 함에 따라 주변 사람들의 시간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편이다. 약속 시간에 번번히 늦는 것이 낮은 성실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타고난 인간의 본성 자체는 바꿀 수 없다지만 성향은 바꿀 수 있다. 컴퓨터로 예로 들면 윈도우 OS가 본성이라면 카카오톡 앱이나 스카이프 앱은 성향이다. 그렇다면 성향을 바꾸거나 컨트롤하는 소프트 스킬을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 소설에 힌트가 있다. 소설은 나와 다른 종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상 이야기다. 등장 인물들의 태도, 행동, 경험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관찰력, 분석력, 추리력이 생길 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타인들과의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파일럿이 처음으로 비행기 조종기술을 배울 때 시뮬레이터를 사용하여 가상현실을 날아다니는 간접 경험을 하듯 소설은 시뮬레이터 역할을 한다.

결국, 소프트 스킬은 자기 통제력을 통한 타인들과의 소통 기술이다. 그러나 학교의 현실이나 학생들의 태도는 인간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에 관해서는 시큰둥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는 점수와 성적으로 표시되는 하드 스킬로만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대니얼 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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