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식ㆍ열정으로 한 평생을 살다

2018-10-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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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앨런 사망에 빌 게이츠 등 애도 물결 넘쳐

▶ 200억달러 넘는 재산 대부분 기부될 듯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지난 15일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가장 슬퍼했을 사람은 아마도 그의 여동생인 조디 앨런(59)과 죽마고우 빌 게이츠(62)였을 것이다.

게이츠는 이날 앨런의 사망소식에 “폴이 없었다면 이 세상에 PC산업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폴은 지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데에 인생 2막을 바쳤다”고 추모했다.

쇼어라인에 있는 명문사립 레이크 사이드스쿨에서 만난 게이츠와 함께 MS를 설립한 앨런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MS에서 쌓은 부를 바탕으로 부동산업 등 비즈니스맨이자 자선사업가, 스포츠구단 운영자 등 여러 방면에서 족적을 남겼다. 시애틀 경제를 비롯해 스포츠, 학문, 문화예술 부흥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앨런뇌연구소는 물론 그의 기부로 세워진 워싱턴대학(UW) 컴퓨터과학 및 공학과 건물은 지난해 ‘앨런스쿨’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203억 달러의 자산으로 미국내 21번째 부자인 앨런은 현재까지 25억 달러에 달하는 기부를 통해 세계의 질병 퇴치를 위해 싸웠고 과학탐구 등에도 매진했다.

지난 1983년 암이 발견돼 MS를 떠난 앨런은 86년 여동생과 가족회사 벌컨을 설립해 시애틀지역 곳곳에서 개발을 주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의 시애틀 본사 등의 개발도 벌컨사가 상당부분 맡았다.

시애틀과 오리건주 포틀랜드 스포츠 역사에서 그의 업적은 빼놓을 수 없다. 전 구단주가 1996년 시애틀 시혹스를 타주로 이전하려고 했을 때 앨런은 센추리링크 필드를 짓겠다는 제안을 내놓고 1997년 시혹스를 인수해 현재까지 구단주를 맡고 있다.

앨런이 구단주로 재직한 기간은 시혹스에도 프랜차이즈 역사에 가장 성공적인 시기였다. 1976년 출범 이후 플레이오프에 네 차례 진출한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가 인수한 뒤 플레이오프에 12차례 진출해 세 차례 슈퍼볼에 나섰고 덴버 브롱코스를 꺾고 48회 수퍼볼 우승을 차지했다. 로저 구델 NFL 커미셔너는 “고인이야말로 NFL의 태평양 북서 지구를 지켜낸 원동력이었다”고 추모했다. 지금은 시혹스 현직 감독인 피트 캐롤은 물론 시혹스를 떠난 선수인 마샨 린치까지 그를 애도하고 있다.

앨런은 35살때인 1988년부터 미국프로농구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를 소유하며 “30대에 NBA팀을 소유하는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미국프로축구(MLS) 시애틀 사운더스 FC의 공동 구단주이기도 하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희귀질환 등으로 인해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으며 어머니의 알츠하이머로 인해 뇌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아픔도 그와 함께 했다.

앨런은 생전 뇌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포함해 ‘폴G 앨런 가족재단’등을 통해 알츠하이머 원인과 발병 과정 등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엘리트였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로 10여년간 고생하다 사망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지적이고 배우는 것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앨런의 어머니는 말년에 알츠하이머로 아들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힘든 삶을 살다 사망했다.

한편 앨런이 사망하면서 그의 유산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사다. 그는 지난 2010년 사후 자신의 재산을 대부분 기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자선단체 등에 기부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 구단의 경우 여동생인 조디 앨런이 별관심이 없은 것으로 알려져 매각될 것으로 보이며 금액은 40억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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