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2018-09-22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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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금방 통일이라도 될 것 같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고 회담을 통해 남과 북 정상은 하나를 외쳤다. 하나, 그래 둘이 아니라 하나다. 남과 북은 5,000년 동안 하나였고 70년 동안 둘이었는데 이제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문재인 남쪽 정상은 말한다.

15만 명이 모인 북녘 동포 앞에서 외친 문재인대통령의 하나는 어떤 하나여야 할까. 붉은 색깔로 하나여야 할까. 하얀 색깔로 하나여야 할까. 그동안 논의 되어 왔던 흡수통일. 또 적화통일.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 놓은 연방제 통일.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적절한 통일 대안일까.

2018년 9월19일. 남과 북의 정상은 ‘9월평양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민족자주와 민족자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온 겨레 지향과 여망을 정책적으로 실현한다.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 교류협력 증진. 이산가족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다양한 분야협력과 교류 적극추진. 비핵화인식 공유. 김정은의 서울방문 등이다.


1차와 2차 정상회담 이후 이번에 내 놓은 공동선언문.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래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있는 회담이었다며 더 지켜보자고 한다. 글쎄 뭐가 진전이 있었는지. 조금 더 진전이 있었다면 비핵화문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는 것.

또 하나는 미국이 6.12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조건을 달았는데, 미국이 먼저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을 경우엔 핵시설 폐기는 영구적으로 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미국이 북에 바라는 건 핵 신고다. 그리고 핵 사찰 수용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의 의중은 아랑곳 하지 않고 핵사찰이란 말을 쓰지 않은 채 유관국전문가들의 참관이라고만 했다. 이런 북의 태도를 두고,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북강경노선의 정치가들의 입을 어떻게 막아 중간 선거에 임할는지 두고 볼 일이다.

남과 북 분단 70년 동안 단 한 번도 북의 정상이 남을 방문한 적이 없다.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을 방문할 경우 최초의 방문이 되나 이것이 실현 가능할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남쪽 정상이 북에서 절대적으로 환대받는 것은 북은 반대가 있을 수 없는 유일한 김정은 체제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남쪽의 경우. 그렇지가 못하다. 지금은 권력의 세도에 기를 못 펴고 있는 남쪽의 반공 보수 세력들. 하지만 계속 모임을 가지고 박근혜 석방을 외치며 집회를 연다는 소식이다. 아무리 안전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김정은의 남쪽 방문을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 반드시 김정은 반대 시위가 있을 테니 그렇다.

북에서는 신(神)이나 다름없는 김정은. 북이 그를 남으로 내려 보내지 않을 것 같다. 남이야 대통령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 그러나 북의 사정은 다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진 북의 왕조체제는 이미 북의 동포들에겐 그들이 우상이 되어 온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두고 보아야 한다.

한반도. 통일이 되면 얼마나 좋은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 그러나 통일이 되어도 빨간 색깔로 통일이 되는 것은 지하에 묻혀 있는 선열들과, 또 6.25때 전사한 전우들의 영령이 원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떤 통일이 돼야 할까.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자유국가로 통일이 되어야 한다.

허나, 이미 통일대세의 색깔은 빨간색으로 기울어진지 오래됐다. 친북, 종북, 좌파의 문재인 정권. 이미 권력의 칼로 사법, 입법, 행정을 넘어 지방 자치단체와 기업에 까지도 휘둘러 된지 오래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것 누가 마다하랴.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가 진정 한반도의 남쪽백성과 북녘동포를 위한 변화가 되기만을 기원해 본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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