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을 바랍니까?

2018-09-17 (월)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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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이런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Retired-No worry, no hurry, no phone, no boss(은퇴했음-걱정 없고, 서둘 것 없고, 전화 소리 없고, 우두머리도 없음). 이 사람은 행복을 무엇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오히려 행복이란 매이는 것이다. 부부가 말다툼을 해도 서로 매일 때가 행복한 때이다. 은퇴 전에는 전화 벨 소리가 나면 “또 무슨 사고인가?”하고 마음이 덜컥 내리 앉았었는데 이젠 전화 벨 소리가 그리워진다. 바울은 종교도 하나님께 매이는 것으로 보았으며 ‘종이 된다’는 표현을 썼다. 그 때 비로소 자유인이 된다는 것이 신약 갈라디아서의 중심 메시지이다.

행복은 얻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린도 후서 12:9)고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이미 주어진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이 곧 불행한 사람이다. 행복은 마음에 있다. 맑은 날에도 젖은 옷을 걸치고 있으면 음산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파랑새’의 작가 메텔린크는 그의 작품에서 “어쨌단 말인가? 지금까지 내가 찾아 헤맨 파랑새가 바로 여기에 있었단 말인가!”하고 한탄한다. 인생의 놀라운 발견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의 향방에 있다는 진리를 지적한 작품이다.

‘박력 있는 연설’이란 책에 보스턴에 사는 한 소년의 글이 인용되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전기를 읽고 생각나는 것을 쓰라는 숙제였다. “프랭클린은 보스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보스턴이 지루해지자 필라델피아로 이사 갔습니다. 거기에 도착하자 배가 고파서 빵을 샀습니다. 뻥을 겨드랑이에 끼고 가는데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여자는 프랭클린을 보고 웃었습니다. 그래서 프랭클린은 그 여자와 결혼하고 전기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프랭클린의 행복을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동기에서 찾았다. 이사의 동기는 지루함이었고, 빵을 산 동기는 배가 고팠기 때문이었으며, 결혼의 동기는 어떤 여자의 웃음이었다. 그리고 전기 발견의 동기를 결혼과 연결시킨 것은 기발한 유머 감각이다.


뉴저지 팜튼레이크에서 경찰서장을 지낸 셀 아레나 씨(71세)는 은퇴한지 25년이 되는데 동네 장의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식 사고로는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이다. 그는 장의사에서 주차 안내, 묘지 왕래, 청소, 운전 등 무엇이든 다 한다. 그는 날마다 즐겁게 산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행복은 자리나 일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AP통신)

런던에 있는 킹스 대학병원에 의하면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머리와 육체를 쓰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공부를 많이 할수록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낮으며, 조기 은퇴를 한 사람보다 일을 오래 지속한 사람이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 낮았다고 한다. 쉬는 것이 행복해 보여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행복의 원칙을 생각해 본다. 첫째, 핑계하지 말라. 행동으로 자기를 증명 하면 된다. 시간 엄수, 약속 이행, 변명 금물! 둘째, 남과 비교하지 말라. “너는 너, 나는 나.” ‘나의 길’에 긍지를 가지라. 셋째, 돈에 붙잡히지 말라. 돈을 종으로 부려야지 돈을 상전으로 모시면 반드시 불행해진다. 넷째,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시편 121:1)란 옛 시인의 믿음처럼 낮은 시선을 늘 자숙해야 한다. 다섯째,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행복의 비결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겸손한 자에게 사람들이 모이고 행복의 문이 열린다. 여섯째, 억지 부리지 않아야 행복해진다. 인생은 순리를 따라 물 흐르듯 살아야 한다.

조작, 편법, 강제, 오기, 체면, 밀어붙이기, 폭력 등은 불행의 전주곡들이다. 일곱째, 무관심하지 말아야 한다. 관심이 사랑이다. 무관심은 사람을 쫓고 관심은 이웃을 만든다. 꼬였다면 남의 탓이 아니라 무관심 때문이다. 여덟째, 하나님을 젖혀 놓지 말라. 그 분은 에너지의 근원, 의욕과 보람을 그대에게 안겨주실 것이다.

<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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