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육칼럼

2018-09-12 (수) 대니얼 홍 편집위원
크게 작게

▶ 대학 절반이 문을 닫을 것

“10~15년 이내 미국 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을 것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학교육 서밋’에서 역설했다. 캠퍼스 시설비와 유지비, 교직원들의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것을 첫째 이유, 온라인에서 대학 학점을 딸 수 있게 되어 비싼 오프라인 대학을 회피하는 현상을 둘째 이유로 들었다. 미국 교육청 그리고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무디스도 비슷하게 내다보며 “앞으로 문을 닫는 곳과 합병하는 대학들이 두 세배의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살아남을 방법은 기부금에 있다”라고 힌트를 준 크리스텐슨 교수는 대학 졸업자들이 모교에 기부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것은 대학의 명성이나 전공 때문에 취업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자신을 가르친 교수 혹은 코치의 영향으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는 이유였다. 자신을 변화시킨 사람들을 향한 고마움 때문에 모교에 기부를 한다는 것이다.


가성비 좋은 온라인에 오프라인 대학이 밀리지 않으려면 온라인 교육이 제공 못하는 것, 즉 학생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환경 마련이 우선이다.

하지만 대학은 현실은 어떤가. 대학 지원자들의 표준시험 점수를 조사한 ACT자료에 따르면, 지원자의 37%만이 읽기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고 25%만이 기초 수학을 제대로 소화한다. 나머지 지원자들은 교수가 내준 과제물을 읽거나 이해 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에세이 한 장을 제대로 쓸 능력이 없는 게 뻔하지만 대학은 그런 지원자들도 무분별하게 받아준다. 지원자는 호기심이나 특정 분야를 향한 뚜렷한 관심도 없지만 부모 혹은 교사에게 떠밀려 일단 지원하고 본다.

대학 합격 소식에 기쁘고 뿌듯하겠지만 그런 상태로 대학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페이스북에 친구들이 올려놓은 사진이나 보거나 온라인 아마존에서 배회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침을 흘리고 있게 된다.

한편, 수백명이 모인 강의실에서 교수는 파워포인트를 보여주며 열강을 하지만, 사실은 빨리 끝내고 연구실로 돌아가서 마감 기일이 임박한 연구 논문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강의 직후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바쁘다. 면담 시간이 따로 있다 하더라도 수백명을 상대하는 교수는 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내주지 못한다. 이렇듯, 학생은 학생대로 딴짓하고 교수는 교수대로 자기 일에 바쁜 상황에서 무슨 영향을 받고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엊그제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교육현황’자료에 따르면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서 대학 다니기가 가장 많은 비용이 든다. 대학 졸업자 1인당 융자 빚이 4만 달러를 넘어섰고, 학자금 융자를 받은 4,400만 대학 졸업자의 빚은 미국 크레딧 카드 사용자 전체가 지닌 빚보다 2배가 넘는다는 사실이 무엇을 말할까.

모든 지식과 정보를 손가락 끝에 불러온 인터넷의 등장은 초중고 대학 과정을 계단 오르듯 해온 예전의 교육 방식을 무너뜨렸다. 유튜브를 이용해 200달러씩 수입을 올리는 8세 어린 학생으로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무런 자본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비지니스를 배워 3,000만달러짜리 기업을 세우는 청년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은 대학 무용론 목소리를 높이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시대 변화에 맞게 구글,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IBM, 코스트코, 홈디포, 스타벅스 등 회사들은 채용에서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대학 과정을 거치며 변화를 경험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깔릴지, 아니면 계단식 교육을 건너뛸지를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대니얼 홍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