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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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부흥과 말로

2018-07-18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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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한때 발트해안에서 이동해온 고트족을 받아들여 자국민들과 같이 대우해 주었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해지자 고트족에게만 개고기를 제공하고 그들의 아이들을 노예로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이에 분노한 고트족이 결국 반란을 일으켜 기원전 410년 로마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진시황은 분열된 여러 나라들을 점령한 후 그 나라의 모든 국민들을 자국민들과 똑같이 처우해 중국을 통일했다. 알렉산더 대왕도 페르시아를 점령한 뒤 그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고 페르시아인들이나 그리스인들을 동등하게 대우했다. 그리스는 양 민족간의 혼사는 물론, 그 어느 것 하나 자국민들하고 다를 바 없이 처우했다. 이러한 인간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알렉산더는 제국을 크게 확대하고 융성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아무리 적국이고 약소국가라도 그 민족에 대한 인간적 처우가 결국 자국의 대업을 이루는 길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들이다.


미국은 아직까지 모든 인종이 다 같이 어우러지고 어느 인종이건 자유와 평등, 그리고 기회균등, 누구나 행복할 수 있음을 국가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흑인이나 소수민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제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선언 이후 노예제가 폐지되고 참정권 실시 등 흑인에게도 백인처럼 동등하게 살 권리가 주어졌는데도 아직까지 흑백간의 갈등은 물론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의식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며 표면으로는 다인종, 다문화를 기치로 전세계 수많은 나라들을 이민자로 받아들여 나라의 부강을 이루었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뿌린 땀과 수고,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의 탁월한 두뇌의 힘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견줄 수 없는 최강국으로 발전하는데 성공했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미국을 동경하며 이 나라에 이민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것은 미국이 어느 누구에게나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소수민족은 사회 각계에서 백인들의 극심한 차별의식으로 기를 제대로 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후 미국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이민자들이나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정책을 펼치고 이민자들에 대한 대우가 점점 나빠지면서 이민자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한 장벽 설치 및 이민자들이 받는 수혜혜택을 줄이기 위한 방안마련에 고심하는 등 분위기가 소수민족이 미국에서 살아가기가 점점 어려워 보인다.

하다못해 교육계에서까지 다양한 인종분포가 기본인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나 명문대학들이 탁월한 아시안들의 입학을 막기 위해 ‘소수민족 우대정책’ 철폐를 주장하는 등 인종차별적인 정책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번 뉴저지 버겐 아카데미에서는 백인교사가 노골적으로 “코리안은 싫다”고 해서 파문이 인적도 있다.

이민자들이 미국의 발전에 기여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기는커녕, 길거리나 버스, 지하철, 혹은 학교 등지에서 백인들이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 아시안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폭행하고, “너희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면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속국인에 대한 인간적 정책으로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 할 수 있었고 알렉산더는 제국을 어렵지 않게 건설할 수 있었다. 소수민족의 힘을 등에 업고 나라의 부강을 이룬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아시안과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우대정책으로 이들을 나라의 근간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차별정책으로 적대감을 심어줄 것인가. 미국은 다시 한 번 역사적으로 제국의 부흥과 말로가 어떻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juyoung@koreatimes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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