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목회자 절대 권력 행사·세습이 위기 초래
▶ 2세와 유학생에 신앙 전수하며 리더들 육성, 한인타운 분리안 저지 등 현안 적극 참여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고태형 목사, 민종기 목사, 신승훈 목사, 노창수 목사.
(왼쪽부터) 신승훈 주님의영광교회 담임목사, 민종기 충현선교교회 담임목사, 고태형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 노창수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
한국일보 창간 49주년을 맞아 이민교회 담임 목회자 네 명이 머리를 맞댔다. 모두 수십 년 동안 이민교회를 섬기며 온갖 풍상을 헤쳐 온 백전노장들이다. 한인교회의 현황과 비전 그리고 극복해야 할 문제와 미래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민교회의 반세기 미래 여정을 앞두고 이들의 농익은 경륜과 지혜를 나눠 본다.
●좌담회
패널: 신승훈 목사(주님의영광교회 담임)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담임)
고태형 목사(선한목자교회 담임)
노창수 목사(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
장소: 주님의영광교회
시간: 5월25일
진행: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 한국일보가 성숙한 장년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세월을 함께 한 이민교회 목회자들로서 감회가 남다를 수 있겠습니다.
▲신승훈 목사: 저는 한국일보 왕팬입니다. 한국에서부터 아버님께서 애독자셨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한국일보를 본 셈이죠. 지금도 선교지에 나가도 꼭 인터넷으로 한국일보를 읽습니다. 아주 큰 덕을 보고 있습니다.
▲민종기 목사: 한국일보는 한국에서도 신문 역사상 최초로 기자를 공채한 신문사입니다. 49년 동안 이민사회를 위해 소통하는데 힘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고태형 목사: 한국일보가 한인 커뮤니티 소식을 어느 누구보다 자세하게 전달해 줘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특히 영어 신문을 읽지 못하는 한인도 세계의 흐름을 파악해 이민생활에 적용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노창수 목사: 이민사회에서 창간 49주년을 달려 왔다는 사실이 의미가 아주 깊은 것 같습니다. 또 한국일보는 뉴스를 전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한인들의 목소리를 주류에 전하는데도 긴요한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정말 수고를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 교회는 지금까지 이민사회를 이끌고 지지하는 역할을 감당해 오고 있습니다. 이민사회에 기여한 교회의 결실이 많지요?
▲신승훈 목사: 교회는 개인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가정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킵니다. 자녀가 바뀌고 2세가 이 땅에서 놀랍게 쓰이도록 가치관을 정립시켜 주고 있습니다. 한인사회를 위해 이렇게 교회가 쓰임 받는다는 게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민종기 목사: 하와이에 이민이 들어 온 그해에 교회를 세웠죠. 이민역사가 교회역사와 겹칩니다. 이민 1세를 위로하고 2세에게는 한글교육, 민족교육을 시키면서 정체성을 갖추는데 교회가 나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인타운 분리안 저지 등 사회적 이슈에도 교회가 중요한 힘이 되고 있어요.
▲고태형 목사: 우리는 모르는 새로운 동요를 교회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모습을 봤어요. 정체성을 안정되게 잡아주도록 도와주고 있는 거죠. 교회처럼 매주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 한인사회의 결혼이나 장례 문화에서도 교회가 끼치는 영향력은 큽니다.
▲노창수 목사: 이민자는 미국 생활 정보를 잘 모르고 왔죠. 제 아버님은 약사셨는데 미국에 오면 빵 먹고 사는 줄 아셨어요.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 정착하는데 그 중심이 교회였습니다. 목사님들이 공항 픽업가고 DMV 데려갔죠. 한인끼리 만나 정을 나누는 심리적 안정도 교회에서 얻었죠. 이민자가 미국에 와서 하나님을 만나고 신앙을 갖게 된 것도 교회의 열매입니다.
- 이민교회와 본국 교계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한국 교회에 이민교회가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요.
▲신승훈 목사: 한국교회가 이민교회를 통해 다른 문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를 배웠습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대상 선교에도 이민자 출신 사역자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한국교회는 유교적 배경이 깔려 있어 권위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이민교회 목사가 한국에 가면 교인들이 놀라죠.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고 반가워 합니다. 아무래도 실제적인 부분, 겸손한 목회자 모습을 보고 좋아들 합니다.
▲민종기 목사: 한국에 내로라 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보면 유학생 출신이 많죠. 이민교회가 잘 받아줬고 돌아갈 때는 축복했습니다. 이민교회가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민교회에서 섬김의 정신으로 훈련된 목회자들이 한국에 돌아가 건강한 교회를 섬기는 사례가 많습니다.
▲고태형 목사: 유학생이 중심이 된 코스타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지도자를 키워냈습니다. 이민교회가 나서 헌금하고 아이들까지 돌본 결과입니다. 또 성 정체성 문제에 대해 이민교회는 미국 교단이 비성경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직접 겪고 목격했습니다. 한국 신학교에서도 인권으로 접근해 동성애를 허용하자는 요구가 있어요. 한국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저희 교회의 경험을 나누며 조언하고 있습니다.
▲노창수 목사: 이민교회가 정착하면서 고국의 농어촌 교회를 돕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또 한국교회의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많이 끼치고 있죠. 댓가를 바라지 않고 영어를 가르치고 캠프도 열고요. 이민교회 청년이 순수하고 섬기는 리더십을 행해 한국교회도 아주 환영합니다. 또 영어권 2세도 한국에 가서 섬기면서 정체성도 확실해지고 서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 오는 목사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민교회 목회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소명은 무엇일까요.
▲신승훈 목사: 모든 목사가 똑 같죠. 하나님이 부르신 소명의식이 분명하고 인격과 언행을 갖춰야겠죠. 하지만 이민교회가 다른 것은 이민자라는 목회 대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뿌리를 옮긴 이민자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정착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요. 교인들을 파악하고 정말 사랑해야 합니다. 이민자의 장점이 결단과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에요. 이걸 잘 활용하면 교회의 큰 일꾼이 됩니다.
▲민종기 목사: 문화적인 차이가 있지 않나 싶어요. 전 미국에 와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더 잘 이해하게 됐어요. 미국은 상하관계보다 평등이 중요합니다. 박사 공부할 때 교수님이 아무 지시를 하지 않아서 8개월 동안 리포트를 쓰지 않은 적이 있어요. 키워주고 격려하고 도와주는 문화에요. 목회자도 위계질서보다 동반자적 차원, 네트워킹의 차원으로 성도와 관계를 발전시켜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태형 목사: 목회자와 교인은 다른 차원이고 목사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나아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갑질 문화가 여전해요. 중고생들이 빵을 먹고 껍질을 바닥에 버리면서 '이건 당번이 치운다'고 하더랍니다. 내 권리가 침해 당하면 못참고 남의 권리는 쉽게 침해합니다. 남을 배려하는 걸 잘 몰라요. 삶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요. 이민 목회자는 이런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노창수 목사: 이민교회 성도가 경험이 더 많고 똑똑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회와 목회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이 다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가르칠 때 목회자의 권위가 섭니다. 부족하지만 말씀대로 살려고 할 때 성도가 은혜받고 목사를 따릅니다. 저는 1.5세로서 어릴 때 교회에서 상하관계를 보고 놀랐어요. 담임목사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전문가, 경험자의 말을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전과 달리 교세 확장이 주춤하는 모양세입니다. 이민교회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민교회의 장점과 단점도 정리해 주시죠.
▲신승훈 목사: 이민교회 목회자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민자가 감소하는 추세여서 20~30년 뒤 교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개척이 주춤하고 있고요 1세와 2세 목회자 갈등도 있어요. 한국에는 다양한 모임이 있지만 이민자에게는 교회가 전부인 경우가 많죠. 그러다보니 관심도 크고 상처도 받아요. 반대로 교인들이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헌신을 더 합니다. 교회가 중심이 되는 상황이라 신앙을 키우기 아주 좋습니다. 저도 한국에서는 안 믿었거든요. 여기와서 믿게 된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전도하기 좋고 하나님 잘 믿는 게 이민교회 장점이에요.
▲민종기 목사: 이민은 줄고 교회가 노령화되고 있어요. 또 성경과 부딪히는 동성애, 진화론 등 세상 문화가 교회에 넘쳐 들어오고 있어요. 대학 마치고 오면 성경을 안 읽습니다. 교회 뿐 아니라 가정에서 함께 앉아 신앙을 나누지 않으면 자녀의 영혼을 빼앗겨 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녀에 대한 신앙교육과 세계관 교육이 그만큼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성세대 교인들조차 이런 세태에 흔들립니다. 교회 안에도 영적 최전선이 형성되고 있어요. 적극 공략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고태형 목사: 초기 이민 시절 이민선에 전도사 한 분이 동승해 배 안에서 예배를 드리며 왔다고 해요. 이민사회 중심에 신앙의 DNA가 자리잡고 있죠. 이게 이민교회의 최대 장점이라고 봅니다. 또 한국교회와 달리 여성만이 아니라 부부가 교회의 중심을 이뤄 건강한 비율을 갖추고 있어요. 필그림, 순례자의 교회로서 태생적으로 중요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노창수 목사: 국내에서 비자 변경이 어려워진 점도 교세가 둔화된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또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실망으로 ‘예수님은 좋은데 교회는 싫다’는 생각이 팽배해졌어요. 안 믿는 사람들에게 비쳐진 믿는 사람의 모습은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은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는 거죠. 가령 할 수 없이 이혼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교회는 품지 못한다는 겁니다. 진리는 타협할 수 없지만 영혼에 대한 주님의 사랑을 드러내줘야 합니다. 교회 나오라고 하면서 세상 속에서 교회로 살지 않아요. 주중에 교인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니다. 사회 정의나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현하지 못한다고 교회에 실망한 사람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교회 세습, 성추행, 돈 문제 등 교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교회가 고쳐야 할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요.
▲신승훈 목사: 헌신이 아니라 기득권을 누리려하니까 세습이 문제가 됩니다. 교회가 변해서 목회자가 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마귀는 목회자를 무너뜨리려 애씁니다. 목사 한 명이 무너지면 교계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목회자는 정말 깨어 있어야 합니다. 추문, 분쟁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주님 앞에서 죄인이란 걸 고백해야죠. 물론 말은 쉽고 행하긴 어렵지만, 예수님을 더 닮아가야죠. 교인들이 목사에게서 예수님을 발견하고 함께 주님을 닮아가는 공동체가 돼야 하겠죠. 저부터 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민종기 목사: 저부터 잘 해야 한다는데 ‘이하동문’ 동의합니다. 한인사회에 신학교가 60개라는 게 이해도 안되고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반성이 됩니다. 실제로는 주류사회에 내놓을 번듯한 신학교 하나도 없습니다. 미시간주에 모여 사는 화란 이민자들은 캘빈신학교를 비롯한 세계적인 신학교들을 세웠죠. 대형교회 세습 1호인 한국 충현교회 출신으로 얼마나 교회가 세습으로 인해 타격과 상처를 입는지 목격했습니다. 교회가 반쪽으로 줄어들더군요. 성추문도 목회자가 이미 기본 영성에서 무너져서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신학교 교육, 개인 경건에서 문제가 있는 거지요.
▲고태형 목사: 교회에 커뮤니티에 대한 무관심이 여전히 큰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가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의견이 교인들에게선 70%가 넘는데 교회 밖에선 20%도 안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비기독교인의 오해, 언론 보도의 문제도 있지만 교회가 자가당착에 빠진 점도 원인입니다. 제가 신학교 다닐 때 교회성장학 강의에는 200석이 넘는 강의실이 터져 나갈 정도였어요. 그런 세대라 재정 투명성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습니다. 외부 질타의 주요한 이슈가 되는 거죠.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한인 빈곤층이 가장 많은 축에 낍니다. 진짜 가난한 게 아니라 제대로 세금 안내고 사회복지 혜택만 누리려고 하는 겁니다.
▲노창수 목사: 소수이지만 담임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경우 절대 권력을 갖습니다. 교회 세습은 본인 의지가 아니라고 변명하지만 담임목사의 절대적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절대 권력은 예수님만 가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다 죄인인데 목사이든 장로이든 사람의 말 한 마디로 예산 등이 집행된다는 건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돈 문제나 성추행 문제는 계속 터져 나올 거라고 봅니다. 교회는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저희 교회는 내년부터 외부 감사까지 더 받습니다. 이제 세상은 교회의 말이 아니라 행동에 감동을 받습니다. 교회는 손해를 볼지언정 더 베풀어야 합니다. 참 사랑은 주는 사랑이죠.
- 이민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신승훈 목사: 무신론자, 동성애자가 학교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선교적 차원에서 2세가 잘 세워지도록 관심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기독교 역사가 옆으로 가는 건 성공했는데 아래로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우리 2세가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 땅에 사는 건 잠깐입니다. 정말 잘 믿길 바랍니다. 아직 안 믿는 분은 하나님 반드시 믿어야 합니다. 교회와 목사가 부족한 점 인정합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꼭 믿고 이 땅에서 복되게 살고 영원한 생명 누려야 합니다.
▲민종기 목사: 말씀으로 돌아가서 깊이 있는 신앙생활을 갖길 바랍니다. 이민교회가 이 사회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섬이 아니라 하나님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돼야 합니다. 선교의 현장은 교회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일터나 가정이 영적 진지가 돼야죠.
▲고태형 목사: 사회가 점점 더 세속화할수록 교회는 성경에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세상에서 비난을 받고 인정을 못 받아도 말씀에 근거해 신앙교육, 제자훈련에 노력해야 합니다.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병이 없는 사람이 건강한 겁니다. 이민교회도 강한 힘은 부족해도 건강한 교회가 돼야죠. 교회가 비난 받을 짓을 한데 대해 지면을 빌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교회는 희망입니다.
▲노창수 목사: 저도 이민와서 믿음을 갖게 된 축복 받은 사람입니다. 목사라서가 아니라 그래도 교회 많은 게 세상에 이롭다고 믿습니다. 의식있는 교회와 성도, 목회자도 많습니다. 교회는 사람 남기는 영적 비즈니스입니다. 사람은 이름을 남기기보다 예수의 사람을 남겨야 합니다. 교회가 잘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진짜도 많습니다. 부디 독자분들도 예수님 보고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