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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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데이와 물망초

2018-05-24 (목)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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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적인 기념일 가운데 하나인 '메모리얼 데이'는 모든 국민이 잊어서는 안 될, 즉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과 그러한 희생을 가져오게 한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각지에서, 지극히 작은 도시나 동네에서 까지 이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빼놓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이날 행사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주지사 그리고 도시마다 그곳에 있는 군인 묘지나 메모리얼 기념탑에서 기념행사를 갖는데 그 장소까지 시장이 앞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그 곳에 모여 예배를 드리며 기념식을 갖는다.

미국의 독립전쟁, 남북전쟁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미국의 이름으로 파병되어 전사한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을 감사한다.


내가 마지막 목회한 미국인 교회 인근 메모리얼 파크에는 전몰용사 명단 동판이 있고 알파인 출신 전몰용사들 20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중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20명의 이름도 있다.

잊어서는 안 될 역사, 잊어서는 안 될 사람들,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사람들... 이들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며, 그 혜택을 받은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라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미국에서는 ‘참전용사의 날(Veteran’s Day)‘에는 길에서 제대군인들이 기부금을 받는데 조그마한 보랏빛 꽃 한 송이를 준다. 그 꽃에 ’forget me not(나를 잊지 말아 주오)‘ 이라는 리본이 달려 있다. 꽃 이름이다. 그러나 마음을 찡하게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 말로 ’물망초‘ 라는 이름은 별로 마음에 닫지 않으나 ’나를 잊지 말아 다오‘ 라는 이름은 나에게 직접 호소하고 있는 듯해 남의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가! 한국 6.25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전쟁에서 희생된 우리 국군 용사들 뿐 아니라 이름도 모르던 남의 나라 전쟁에서 희생한 미군들... 그 피의 대가로 대한민국이 누리고 있는 소중한 자유와 번영, 그야말로 잊어서는 안 될 역사요, 물망초가 되어서는 안 될 귀한 희생이 아닌가!

<김해종/목사·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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