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속이고 속고 협상하고 또…

2018-05-04 (금)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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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속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헌데 똑같은 사기꾼한테 두 번 속고, 세 번 속고, 계속 속는다면, 사기꾼도 나쁘지만, 계속 속는 사람한테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을 지난 25년간 속여 왔다. 미국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속였다. 북한은 분명 나쁘지만, 그렇다고 북한만 나쁘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미국한데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같은 전직 대통령들은 다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본인들이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으니까, 상대방도 착한 사람이겠지 하고, 북한 수령을 신임했었다. 그러다가 그만 봉변을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번 트럼프는 완연히 다르다. 트럼프는 자신이 자주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다른 거짓말쟁이의 말을 믿지 않는다. 트럼프는 또한 사업가이다, 보통 사업가가 아니다. 크게 성공한 사업가이다. 성공한 사업가의 본성은 거래에 있어서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번 북한과의 거래에서 트럼프는 결코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또한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다. 남에게 지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다. 사기 당하고는 더군다나 못 배기는 사람이다. 사기를 당하면 트럼프는 분통을 터뜨리고 말 것이다. 분통을 터뜨린다는 말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해서 김정은 정권을 제거해버릴 가능성이 많은, 어찌 보면 아주 위험한 인물인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자 마자, 중국의 시진핑을 제일 먼저 설득시켰다. 이북에 아주 심한 경제제제를 가하고 있다. 이북은 이번 경제제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트럼프는 말했다. “나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처럼,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북한을 경제적으로 조이고 조여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게끔 하겠다.”고 말겠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위험을 느낀다면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해서 북한 핵을 없애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북한이 순순히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줄 수도 있겠지만, 혹은 지난 25년간 미국을 속여 왔는데, 이번에 김정은이 그냥 쉽게 항복해 버릴까? 하고, 항복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꼼수를 써서 미국을 다시 둘러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자 하는 이유는 무얼까? 미국으로부터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겨대지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국이 왜 북한을 침공해. 결코 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자 하는 이유는, 전쟁을 통해서, 남한을 침공 적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핵무기 포기는 결국은 남한 침공을 포기해야만 한다. 침공계획을 포기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김정은도, 핵무기 ‘소유’는 인민들의 굶어 죽어감이고, 핵무기 ‘포기’는 인민들의 배불리 먹고 삶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만이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버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으로 하여금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도록 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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