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반이민정책 등 요인 한인직원 찾기 힘들어
▶ 주방장·매니저 등 역할 경계도 허물어져
#32가 한인 타운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던 A씨는 어설픈 한국말로 주문을 받는 히스패닉 직원을 보며 깜짝 놀랐다. A씨는 “어떻게 한국말을 하냐고 했더니 그냥 관심이 있어서 배웠다고 했다”며 “아직 학생 같던데 한인 식당에서 타민족 직원으로부터 한국말 주문을 받으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한식당 업주 B씨는 최근 주방 보조를 히스패닉 직원으로 바꾸었다. B씨는 “갑자기 기존 직원이 그만둔 상태에서, 한달이 걸려도 마땅한 한인 직원을 구할 수가 없었다”며 “결국 타민족 직원을 고용하게 됐는데 일을 빨리 배우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업소들에서 타민족 직원 비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인 직원들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한인 직원들의 빈자리를 히스패닉과 중국계 등 타민족들이 채우고 있는 것.
베이사이드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식당내에서 한인과 타민족이 맡는 역할이 예전에는 구분됐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라며 “한식당과 중화요리 주방에도 타민족 주방장들이 입성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밝히기는 꺼리고 있지만 최근 타민족 주방장들을 고용했다는 소식만 서너건 들었다”고 말했다.
네일 업계도 점차 한인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돼 가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다. 뉴욕한인네일협회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5-6년 전 평균 약 70%를 차지했던 한인 업소내 한인 직원들의 비율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현재는 타민족 직원의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높아졌다. 박경은 회장은 “과거에는 20-30대 한인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한다는 문의도 많았고 심지어 한인 남성들도 일을 하겠다며 네일 업소를 찾아왔지만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전반적으로 업계가 인력난에 시달리는데다 한인 직원들 구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뷰티서플라이 업계의 경우 한인 매니저를 둔 업소도 예전만큼 찾아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고객들이 거의 전부인 업종 특성상 직원들 대부분이 이들 인종들로 구성돼 있지만 한인 매니저들이 업소 운영을 총괄해왔으나 현재는 이 자리마저도 타민족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 박헌 회장은 “과거에는 구인 시작 3일 만에 한인 매니저를 구할 수 있었는데 까다로운 업무를 기피하면서 지금은 일주일이 지나도 한인 적격자를 찾기가 힘들다”며 “불과 3-4년 사이에 한인 매니저를 고용하는 한인 업소 비율이 70%에서 현재 30%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한인 직원 기근 현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더불어 한국으로부터 한인들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한인들의 방문 목적도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 과거에는 돈을 벌기 위해 미국을 찾았지만 이제는 자녀 교육이나 투자 등 다른 목적을 위해 미국을 찾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플러싱의 오케이 직업 소개소의 한 관계자는 “이제 한인 업소들도 한인 직원을 고집하기 보다는 타민족 직원을 구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로 업주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미국내 불경기와 더불어 이민 문이 좁아지면서 한인의 유입은 앞으로도 더 줄어들 것이다. 한인 인력난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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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