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유목민의 침입을 막기 위해 기존의 성곽을 잇고 부족한 부분은 새로 축조하여 일명 ‘만리장성’을 완공했다. 이는총길이 5,000킬로미터에서 6,000킬로미터에 달하는 울타리로 ‘달에서도보이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이라고 할만큼 거대한 성곽이다. 중국 최고의상징적인 유적으로 남아있는 만리장성은 지난 1987년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국가의 장벽은 서양에도 고대 로마시대 5현제중 한 명인 하드리안 황제의 명으로 건립된 ‘하드리아누스 울타리’가 있다. 이 건축물은 스콧트랜드 켈트족의 남하를 막기 위해 만리장성보다는 낮은 높이 5미터, 폭 3미터, 길이 118킬로미터의 벽으로 만들어졌다.
이 울타리는 로마시대 이후에도 영국의 든든한 방어막이 되었고 스콧트랜드도 이 경계선때문에 숱한 전쟁과불화 속에서도 자체독립국가로 잘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한다. 영국내에 남아있는 이 장벽은 고대 로마역사의훌륭한 문화유적이 되고 있다.
미국도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입국자의 행렬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이 맞닿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고 카운티에 장벽을 굳게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해당 국경에 9미터 높이의 거대한 사제품 모형이 세워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대로 어느 누구도도저히 넘어올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고 높은 장벽의 강도와 재질, 내구성 등을 평가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 로마의 하드리아누스의 울타리는 이민족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함이라지만 이제까지 없던미국의 장벽은 무엇이 만들어낸 울타리인가, 밀입국자들은 일자리 축소 및마약과 무기반입 등 미국의 이익에저해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 미국의 기본가치인 ‘자유와 평화’‘ 개방성과 기회균등’의 이미지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미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수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연구와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몰려들도록 길을 활짝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통이나 인터넷 등 모든통신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세계의 모든 국가가 하나가 되는 지구촌 시대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초강대국인 미국이 이웃과 두터운 장벽을 쌓고 살겠다는 것은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미국의 본 모습과도 상반되는 처사라고 본다.
세계인이면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나라, 기회의 나라, 자유의 나라, 다인종의 나라로 세계인의 선망이 되던 미국의 문호가 장벽을 굳게, 더 높게 쌓는다면 앞으로 세계속의 미국의 입지가 어떤 양상으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를 주도하던 기후변화협약, 유네스코 등에서도 탈퇴해갈수록 미국의 입지가 더욱 협소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베를린 장벽은 세계 2차대전 이후냉전의 대표적인 상징물이었다. 동독은 1961년 8월에 동독을 탈출, 서독행을 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을 막기 위해 베를린에 길고도 두터운 장벽과철조망을 설치했다. 이 울타리로 인해베를린은 졸지에 칠흑같은 도시가 되었다. 그야말로 동독과 서독간에 분단의 벽이 굳어지고 동서간의 긴장이팽배해졌다.
그러나 이 장벽은 아이러니하게도이내 화해로, 과거청산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베를린이 유럽통합의 상징으로서 당시 서독시장 빌리 브란트와미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노력으로화해와 협력의 물꼬가 튼 것이다. 그결과 마침내 장벽이 무너지고 양측간에 신뢰가 구축되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번 트럼프의 국경장벽 모형을 보면서 부강한 나라 미국도 언제 이런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 길은 바로 미국이 ‘미국의 세계’즉 ‘미국 우선주의’라는 일방적이고이기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세계속의미국’으로 다시 거듭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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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