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 만들기

2017-10-14 (토) 박신효 /한복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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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은 분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좁아진 한복의 소매, 넓어진 동정, 짧고 좁아진 고름을 보며 “전통 한복이 아니네요?” 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통이 꼭 예전 그대로의 것임을 의미할까? ‘전통은 지난 세대에 이미 이루어져 그 후로 계통을 이루어 전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과거에 이루어진 것이 그대로 계승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통이란 뜻의 영어 ‘tradition ‘ 은 라틴어 ‘trader’ 에서 온 말로 ‘transit ‘ 또는 ‘carry on’ 의 뜻으로써 변화와 발전을 암시하며, 옛 것 그대로 정지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전통이 변하지 않는다면 계승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사멸됨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자의 <한국적 디자인의 제다움 찾기> 에서)조선시대만 보더라도 우리의 의상 ‘한복’도 유행 또는 시대적 배경과 경제상황에 따라 저고리 소매가 좁아졌다 넓어졌다, 저고리 길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현재 우리에게 남아있는 한복은 조선시대 후기 모습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현대인의 기억 속에 전통 한복이라 생각하는 모습은 한국에 70,80년대 한복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 때 즐겨 입었던 ‘붕어배래’ 즉, 불룩한 붕어배 모양을 한 소매를 한복의 대표적 아름다움이라고 인식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시간은 반세기가 가깝게 흘렀고, 사회도 한복도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한복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중국의 전통의상이라 생각하는 치파오 역시 끊임없이 시대와 같이 변화했다. 현재는 짧은 소매와 허리 라인을 강조하면서 입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미를 표현 하고 있다.

변화의 과정에는 항상 의견이 분분할 뿐만 아니라 비평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전통이 전해져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해선 변화 또한 피할 수 없다. 그 변화 속에서 전통문화를 왜곡한 부분이 없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하며 가장 한국적이고 독창적인 변화를 이루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한복을 생각하고 디자인 할 때 ‘품위 있는 멋’을 가진 동시에 시대가 추구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함께 고려한다. 소재도 마찬가지로 변화를 준다. 이런 것들을 통해 또 다른 형태의 21세기 전통한복을 만들어가길 소원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전통으로 전해져 남을지 또는 흘러가는 유행으로 사라져 버릴지는 오직 시간이 대답해 줄 것이다. 전통도 시간이 만들고 소멸도 시간이 만든다.

<박신효 /한복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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