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벨문학상과 글쓰기

2017-10-14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크게 작게
한평생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 기자가 있다. 소설가도 있다. 희곡작가도 있다. 시인도 있다. 드라마작가도 있다. 수필가도 있다. 시사평론가도 있다. 문학평론가도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형편이 안 좋은 사람은. 단연 시인이다. 그래서 시인은 따로 직업을 가져야 한다. 물론 시인 중에서도 잘나가는 시인이 있다.

유명시인은 따로 직업이 필요 없다. 그러나 99.9%의 시인들은 시만 써서는 생계유지가 힘들다. 제일 잘나가는 사람들이 소설가다. 소설은 대중성을 띈다. 대박 한 번 나면 평생을 인세(印稅)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버는 작가는 드라마 작가다. 한국의 1류 드라마 작가. 방송 1회분에 5,000만원이다.

노벨상의 계절 10월이다. 노벨문학상. 세계의 수많은 작가들이 염원하는 상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 불티나게 팔린다. 작가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 평생 돈 걱정 끝이다. 작가 이름도 노벨상과 함께 영원히 남는다. 또 명예는 어떤가. 세계의 수천 수백 만 명의 작가들. 그중에서 뽑히는 노벨문학상 아니던가.


그런데 지난해 노벨문학상은 작가도 아닌 사람이 받았다. 음유시인이라고 한다. 미국의 포크 록 가수. 밥 딜런이 받았다. 대중음악 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다니. 온 세계 작가와 문학단체들이 들먹였다. 그러나 주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표현을 창조했다. 한림원의 평이다. 2017년도 노벨문학상.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받았다.

어릴 때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갔다. 켄트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으로 학사.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석사 과정. 1989년 작품, ‘남아 있는 나날’로 맨부커상을 받았다. 위대한 진실성과 자신만의 미학적 우주를 만든 작가란 평이다. 일본.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금년 가즈오 이시구로. 일본 피를 가진 사람으론 세 번째다. 국가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프랑스 16명. 미국 11명. 영국 10명. 독일, 스웨덴 각 8명. 이탈리아 스페인 각 6명. 아일랜드, 폴란드, 소련 각 4명. 노르웨이, 덴마크 각 3명. 스위스, 칠레, 중국, 그리스,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각 2명. 벨기에, 인도, 핀란드. 아이슬란드, 유고슬라비아, 이스라엘, 과테말라, 오스트레일리아, 콜롬비아, 체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멕시코, 세인트루시아, 포르투갈, 트리니다도 토바고, 헝가리, 오스트리아, 터키, 페루, 벨라루스 각 1명씩. 총 39개국 작가가 받았다. 인구 33만 명의 아이슬란드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그런데 인구 5,125만명(남한)의 대한민국은 왜 수상자가 없을까. 1955년 수상한 아이슬란드의 할도르 낙스네스. 아이슬란드어로 작품을 썼다. 영어가 아니었다. 한국의 많은 작품들이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됐다. 그 중엔 멘부커상을 받은 소설도 있다. 소설가 한승원씨의 딸 한강. 2016년, 영어로 번역된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멘부커상을 수상했다. 언어별 노벨수상작품은 영어가 27명으로 최다다. 다음이 프랑스어(16). 독일어(13). 스페인어(11). 스웨덴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6) 등이다. 한국작품들. 가능한 영어와 프랑스어 등으로 번역 출간돼 읽혀야 한다.

노벨문학상 0순위인 무라카미 하루키(68/일본). 작품이 50개 어로 번역돼 팔린다. 언젠가 노벨문학상이 돌아갈 것 같다. 그럼 일본계 수상자는 4명이 된다. 한국엔 고은(84)시인이 수상서열 4위(2017년 래드브룩스사이트)였었다. 1958년 조지훈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20여권, 소설 9권, 수필집 2권 등이 있다. 글 쓰는 사람. 책 많이 보아야 한다. 경험도 필요하다. 시인과 수필가는 사색이, 소설가는 상상력이 풍부해야 한다.

기자와 평론가는 현실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드라마작가들. 막장 좀 그만 썼으면 좋겠다.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글. 용기도 주지만 좌절도 안긴다. 노벨문학상. 언젠가는 한국 사람에게도 주어지겠지.

<김명욱/객원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