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한민국 기부 문화를 선도할 뉴욕한인사회

2017-10-14 (토) 김봄시내/ 뉴욕가정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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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인사회에 몸담은 지 어느 덧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처음 뉴욕에 정착해 가정상담소에서 자원봉사자로 발을 디딘 후 이제는 한인사회의 기부문화 핵심으로 자리 잡힌 한인커뮤니티재단(KACF)의 사무총장을 지내고 그 이후로도 한인 단체들의 이사로 현재는 한 사회봉사단체의 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한인커뮤니재단의 발족과 초기 운영의 중심에서 활동한 일원으로서 지난 17년동안 뉴욕한인사회의 기부문화는 참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느낀다. 미국 사회에서는 기부 문화의 역사가 깊다. 이에 비해 15년 전만해도 한인사회의 기부문화는 교회나 소규모 비영리단체들에 대한 후원으로 국한되어 있었으며 기금 모금 활동은 가정상담소를 포함한 퀸즈 지역 봉사단체들의 연례만찬이 가장 큰 규모였다.


80년대에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한인들은 일단 이민사회에 적응하기 급급했다. 더구나 한국 전쟁의 가난과 역경에서 벗어나 이제 막 숨을 돌리기 시작한 모국도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에는 시기상조였고 현재도 경제적으로는 발전한 한국이지만 아직 기부 선진국 대열에 끼기에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제 이민2세들이 미 주류사회에 정착하고 특히 뉴욕에서는 금융계, 법조계, 의료계 등에서 성공하면서 사회 환원 활동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인재들이 한인사회의 비영리단체들을 위해 재력을 끌어 모아 예산을 충당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항상 저조한 기금 모금에 시달리는 비영리단체들의 프로그램 강화 및 한인사회내 사회복지를 튼실하게 한다.

연례만찬을 성공적으로 치루는 사회봉사단체들의 실상은 겉으로 봐서는 화려하지만 그렇다고 잉여수익금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건 아니다. 비영리단체는 정부 지원금뿐 아니라 기업 및 개인 기부금에 의존해 예산을 운영한다. 많은 이들이 사회봉사단체라고 해서 직원들이 전적으로 보수 없이 무료로 자원 봉사한다고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원들이 적은 보수로 수익금 없이 미션을 위해 활동하는 게 비영리단체이다.

많은 경우 정부지원금과 기부금에 의존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이제 뉴욕한인사회의 기부문화가 미국내 어느 한인사회보다 또 모국보다 앞장서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한인사회가 교회 기부 또는 연말연시에나 소외계층에 손을 내미는 것 이상으로 사회봉사단체들의 미션 또는 존재 이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부 또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기부문화 변혁에 동참해 보면 어떨까?뉴욕한인사회의 기부문화 역사는 짧지만 굵다.

이민1세대에서 2세대로 교체하면서 미국의 기부문화를 단기간 내에 흡수하고 적용하기 때문이다. 뉴욕 한인 2세들의 기부 세력은 서부나 미 타 지역 어디서도 보기 드물다. 이들이 뉴욕에서 더 더욱 그 힘을 발휘해 이 지역 한인사회봉사단체들의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본국 또한 전세계 한인 기부문화 디아스포라의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김봄시내/ 뉴욕가정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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