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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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자수를 공부하며

2017-10-07 (토) 안금주/규방 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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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공예(보자기, 전통자수, 매듭,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에 빠져 공부를 시작한지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다른 문화권의 자수와 텍스타일 아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일상을 정리하고 재작년 유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영국 런던 외곽에 있는 영국 왕실 자수 학교(Royal school of needlework)에서 여름에 실시하는 집중과정(Intensive Course)에 등록, 여러 과목중 영국의 전통 자수를 수강하였다.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몇 가지 사실에 놀랐었다. 우선 학교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와 재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 오전과 오후에 잠깐 주어지는 휴식시간 외에 세계 각지에서 온 14명의 수강생들이 의자에 앉아 수틀을 붙잡고 자수를 놓는 일에 매진하는 빽빽한 수업 일정과 자수작품을 관리하는 자세, 자수의 표현력과 끝마무리 처리까지 평가를 하여 학점을 주는 시스템에 놀랐다.

하찮게 여겨질 수 있는 자수 기법들을 모아 영국왕실에서 학교를 세우고 왕실(Royal)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과 학교가 궁전안에 있다는 것에 또한 놀랐었다. 그리고 넓은 궁전의 일부를 자료와 재료를 보관하는 보관실과 교실로 사용하는 것이 부러웠다. 그 중에서 똑같은 자수 기법일지라도 수를 놓은 방향과 바늘의 방향이 서로 반대방향인 것은 나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자수를 통하여 그 나라의 문화도 알 수 있었으며,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주요 생산품도 엿볼수 있었다. 한국자수에서 비단천과 비단실이 주재료라면, 영국자수에서는 양을 많이 키우는 곳이라 바탕천과 자수실이 모직(wool)이었다.

비단실처럼 화려한 빛과 색감을 뽐내지는 않지만, 다양한 여러 가지 자수기법으로 수놓아진 영국전통자수는 부하게 뜨는 양털실 덕분에 한국자수에서 볼 수 없었던 입체적인 풍성함과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수에 쓰이는 재료보다는 다양한 자수기법의 끊임없는 개발과 보전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영국왕실자수학교에서 배운 공부는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그곳에서 배운 영국자수기법을 한국자수의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전통자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색다른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동안 자수 디자인의 면을 빼곡하게 실로 가득 채웠다면, 여백의 미를 자수에 적용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다른 문화권의 텍스타일 아트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익혀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를 개발하여 한국의 규방공예에 적용하고 싶다.

<안금주/규방 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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