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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미국 사회

2017-10-06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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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났었다. 그 때 49명이 죽었다. 신문에는 이게 미국역사상 ‘최악’의 참극이라고 했었다. 최악의 참극 ‘기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떤 살인자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면 더 유명해진다”고 말했다.

며칠 전(2017/10/1)에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에서, 스티븐 패덕(64세, 백인 남자)은 야외 콘서트 장에 모인 2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향해 자동화기로 무차별하게 총을 쏘았다. 59명을 죽였고 그리고 500명 이상에게 총상을 입혔다. 이제는 이게 최악의 참사가 되었다. 다음에는 누가 ‘더 최악’의 참사를 기록할까?얼마 못가서 60명 이상을 죽이는 ‘참사’가 일어날까봐 몸이 오싹할 정도로 두려움을 느낀다.

미국이란 나라는 강력한 경찰과 또 세계최강의 군대를 갖고 있다. 더군다나 아주 잘 조직된 FBI가 있고 또 CIA가 있다. 어느 누가 감히 미국을 침략하겠는가? 미국은 잘 보호되어 있는 가장 안전한 나라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미국시민들은 정부를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시민들은 ‘자기와 가족 보호’를 위해서는 각자가 총을 소유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참 어처구니없는 시민들이다.


“민간인은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는 수정헌법 제2조는 1791년에 만들어졌다. 그 당시만 해도 미국의 경찰은 아주 약했다. 살인자를 잡기 위해서 경찰은 민병대의 도움을 받았었다. 그 당시 미국에는 군대가 없었다. 외국으로부터 침입을 받을 경우, 민병대원들이 나가서 국방을 해야만 했었다. 제2대 존 애덤스 대통령(1797-1801) 때 군대를 창설했었다. 그 당시에는 물론 FBI나 CIA는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 민간인들이 총을 소유하는 것은 아주 당연했었다.

지금에 와서는 시민들이 총을 소유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총을 소유하고 있다. 시민들이 총을 소유하고 있기에, 총알이 언제 어디에서 날라 올지 몰라 시민들은 오히려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조직 중 하나가 바로 NRA(미국총기협회)이다. 이 조직은 개인이 총을 소유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라스베가스 총기참사 범인 패덕도 41개의 총을 소유하고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총을 개인에게 팔 때, 그래도 뒷조사를 해서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만 총기를 판매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미국총기협회(NRA)의 조종아래 총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기관총이든 자동화기 등 무조건 판매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번 라스베가스 참사 때, 트럼프 대통령은 “살인자, 그는 미쳤고 머리가 돈 사람이야.” 마치 남의 일이나 되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미친 사람이 총을 소유할 수 없도록 총기규제를 해야 할 게 아니겠는가? 하지만 트럼프는 “지금은 바빠 총기규제를 논할 때가 아니다.”하고 회피해버렸다.

가장 강력한 경찰과 군대를 갖고 있는 미국사회에서 ‘불안전과 위험’을 느낀다는 점은 정말 큰 모순이다. 가장 부자나라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가장 돈을 잘 버는 나라가 미국이면서도 의료보험이 없는 나라가 또한 미국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해내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도 기후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파리 협정에서 탈퇴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내가 보기에, 미국은 모순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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