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총영사관과 UC버클리한국학센터가 26일 주최한 '한국현대문학 100주년 심포지움'에서 조경란 작가의 작품세계가 집중 조명됐다.
이날 조 작가는 브루스 풀턴 교수와 자신의 작품 ‘나는 봉천동에 산다’를 각각 한국어와 영어로 낭독한 후 독자들과 소통과 교감을 나누며 등단배경, 작가로서의 고민과 각오, 문학하는 자세 등을 밝혔다.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2015년에 이어 세번째로 버클리를 방문하게 됐다. 이곳에 도착한 저녁 버클리 주변을 쉼없이 걷고 걸었다. 버클리가 그립기도 했지만 이곳에 오자마자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새로운 장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만큼 흥미로운 것은 없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매일 밖으로 나가 한걸음이라도 걸으려 한다. 걷는다는 것은 생각하다, 작품을 구상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다.
▲등단은 어떻게 했나
-대학입시에 실패한 뒤 스물다섯살까지 외톨이처럼 방에만 틀어앉아 책읽기에 몰두했다. 책은 온마음으로 만난 대상이자 세계를 보여주는 통로였다. 책은 '길을 잃은 막다른 길모퉁이에서 발견한 노란불빛’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5년 시간이 흐른 뒤 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입학하고 운좋게 대학졸업과 동시에 소설가로 등단했다.
▲소설가란 직업은
-오감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사람, 생각하고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육체노동자이다. 언제부턴가 하루 중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삶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아내, 엄마, 어느 특정출판사의 전속작가로 살지 않기로 했다. 소설가는 어디선가 다가오는 소리, 기척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언어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연약함, 짓밟힘 등 보이지 않으나 틀림없이 존재하는 것을 작품으로 그리려 했다. 죽음에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는 ‘코끼리를 찾아서’가 있다.
▲글쓰기의 주제는
-나의 주된 주제는 두려움과 소통이다. 슬픔과 아름다움과 두려움과 소멸돼가는 것들, 말할 수 없는 것들, 그리고 죽음이다. 그러나 작가란 직업은 쉽지 않다. 어느 땐 매번 맨발로 모래언덕으로 오르나 한발짝 오르면 반은 미끄러져 버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작품은 울타리(경계) 너머를 경험한 후 원래 장소나 일상에 새로움을 부여하는, 현실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내 소설이 고독한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글쓰는 이유는
-글쓰는 일과 시간이 좋지도 즐겁지도 않다. 그럼에도 21년동안 글을 써왔고 앞으로 쓰게 될 이유는 글쓸 때가 쓰지 않을 때보다 내 상태가 낫다는 것이다. 조금은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소설이란 세상의 소음, 자기중심적인 소음으로부터 피난처가 돼야 한다.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작가 스스로 고립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작품 출간은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나 좋은 책의 의미는 알 것 같다. 질문하게 하고 탐구하게 하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책, 그것이 좋은 문학이 아닐까 짐작한다. 조금 더 흡입력 있는 그런 소설로 다시 내가 사랑하는 버클리로 돌아오고 싶다. 내년 봄에 7번째 소설집이 출간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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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