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에이전트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2017-07-27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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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전트가 숨겨야 하는 말 말 말

부동산 에이전트만큼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 없다. 때로는 고객을 상대로 사적인 주제로도 대화를 나눠야 할 정도로 ‘말 많은’ 직업이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막 했다가는 거래를 망치기 쉽다.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주제라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서 해야 고객과의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이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가슴속에 품기만 하고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말들을 정리해 봤다.

■ 집 진짜로 사실 거죠?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이어 유형은 ‘윈도우 쇼핑’형이다. 주택을 당장 구입할 계획이 없으면서도 그저 집만 보러 다니는 유형이다. 만약 이런 유형의 바이어로부터 집을 보여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에이전트로서는 거절이 참 힘들다. 집을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뻔히 알지만 엉뚱한 소문으로 평판에 먹칠을 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에이전트들은 월급이나 시간당 임금을 받는 직업이 아니다. 체결된 부동산 거래가 완료되어야 수수료 형태로 소득을 지급받게 된다. 에이전트들도 거래가 체결될 때까지 집을 여러 채 보여줄 각오는 되어 있다. 그러나 집을 살 생각도 전혀 없으면서 집만 수십채 씩 보여 달라고 하면 에이전트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집을 많이 보러 다닌다고 해서 바이어의 주택 구입 의지가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에이전트들은 잘 알고 있다. “매물이 새로 나올 때마다 내부가 보고 싶다면 오픈 하우스 행사에 참석하세요.”라고 에이전트들은 말하고 싶다.

■ 터놓고 상의합시다

주택을 구입할 때 셀러나 셀러 에이전트에게 바이어측의 구입 전략을 감추는 것은 당연하다. 너무 많은 ‘패’를 보여주면 셀러측에게 유리하게 이용당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일부 바이어들은 자신의 에이전트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감추려고 할 때가 있다. 가장 흔한 예로 구입 가능한 주택의 가격대를 솔직하게 털어 놓지 않는 경우다.

속으로는 더 비싼 집을 구입할 마음이 있고 지불할 능력도 있으면서 에이전트에게 낮은 가격대의 집만 보여달라고 하는 행위다. 자신이 선택한 에이전트를 믿지 못하는 행위로 피해는 결국 바이어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구입하고 싶은 가격대를 솔직히 상의하지 않으면 에이전트는 결국 엉뚱한 가격대의 매물만 찾아서 보여주게 된다. “바이어와 에이전트로 관계를 맺은 이상 우리는 한 팀입니다. 이제 당신 편이니까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 ‘헐값 오퍼’ 안 통해요


집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어하는 심정은 어느 바이어에게나 있다. 그런데 너무 낮은 가격에 구입하려고 하는 바이어들이 골칫거리다. 특히 요즘처럼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시기에 시세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낮은 가격의 ‘헐값 오퍼’를 제출해 보자고 강요하는 바이어는 에이전트를 난감하게 만드는 유형이다.

시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계산대로 낮은 가격의 오퍼를 제출하면 결과는 뻔하다. 마음에 드는 집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바이어에게 뺏기는 것이다. 흔히 오퍼를 처음 제출할 때는 ‘헐값 오퍼’ 유혹에 빠지는 바이어가 많다. 에이전트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헐값 오퍼를 준비해서 마지못해 제출해줄 때가 많다.

그러나 헐값 오퍼로 주택 구입에 실패를 경험하고도 자꾸 헐값 오퍼 강요하는 바이어가 문제다. 무조건 헐값 오퍼를 요구하기 전 시세 동향부터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도 나름대로 지역 부동산 전문 에이전트입니다. 시세 동향 정도는 잘 파악하고 있으니 제 말에 귀 좀 기울여 주세요.”

■ 꿈에서 깨어나시길

내집을 장만하면서 누구나 드림 홈에 대한 기준은 있다. 그런데 구입하려는 주택의 조건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을 때 에이전트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완벽한 매물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 원하는 조건을 집을 직접 짓는 이른바 ‘커스텀 빌드’ 주택 조차 막상 입주하고 나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새로 나온 매물을 보여줄 때마다 ‘이 집은 이게 없어서 안되겠네요’란 식으로 바이어가 반응하면 에이전트의 의욕은 팍팍 떨어진다.

원하는 조건을 다 갖춘 집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택구입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현명한 바이어의 자세다. 우선 매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원하는 조건을 정리한 뒤 매물 샤핑에 나선다. 예를 들어 원하는 조건 10가지 중 5~7개 정도를 갖춘 매물이 있다면 구입을 고려하겠다는 마음으로 매물 쇼핑을 진행해야 무작정 집만 보러 다니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

■ 생각만큼 ‘돈’ 많이 못 벌어요

‘밑지는 장사 없다’고 하지만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해당될 지도 모른다.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에이전트가 최종 지급 받는 수수료 금액이 일반인들의 생각만큼 많지 않다.

셀러들은 총 수수료 금액이 모두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지급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모든 에이전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가주의 경우 셀러가 리스팅 에이전트와 리스팅 계약시 맺는 수수료는 대개 주택 매매 가격의 약 4~6% 정도다. 하지만 이 금액이 모두 리스팅 에이전트의 몫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바이어측 에이전트가 있을 경우 대개 수수료의 절반을 바이어측 에이전트에게 지급한다. 그리고 남은 금액 중 일정 부분은 에이전트가 소속한 부동산 업체의 업주인 ‘브로커’에게 지급된다.

에이전트마다 경력 등에따라 브로커와 수수료 배분 비율이 다르다. 따라서 만약 초보 에이전트라 브로커측과의 배분 비율이 낮다면 전체 수수료 중 평균 약 1.5%가 리스팅 에이전트의 몫을 보면 된다.

■ 애들도 좀 보세요

집을 보러가면 바이어들이 지켜야할 에티켓이 있다.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집을 보러 가서 아이들이 이곳 저곳 뛰어 다지니 않도록 하는 것은 바이어들의 의무다. 아이들이 자칫 셀러의 물건을 망가트리기라로 하면 에이전트가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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