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17.5%가 시민권 미확인 …성인된 이후 깨닫는 경우 많아
▶ 범죄경력 등 국적취득 어려워
‘어린 시절 입양돼 한평생 미국에 살았지만 미국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국적 불명의 존재.’ 간혹 성공한 한인 입양인 사례가 부각되기도 하지만, 강제추방의 불안감을 평생 떠안고 살아야 하는 입양인 역시 적지 않다.
실제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으로 강제 추방되고 있다.
31일 한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통계가 관리되기 시작한 195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인 수는 총 11만 1,148명이다.
이 가운데 미 시민권 취득이 확인된 한인입양아는 9만1,719명. 나머지 1만 9,429명 중 상당수는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국적 불명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입양단체들은 보고 있다.
영주권만 있을 뿐 시민권은 없다보니 성인이 된 이후 여권발급 과정에서 뒤늦게 자신이 미국인이 아님을 깨닫고 당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계속 미국에서 살기 위해선 다른 해외 이민자와 마찬가지로 깐깐한 미국 시민권취득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과거 범죄 경력 등이 있는 입양인은 시민권 취득이 어려운 것은 물론 한국으로 추방되기도 한다.
지난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입양인 필 립클레이(43•한국명 김상필)씨가 그런 경우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맡겨진 클레이씨는 열살 때인 1984년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하지만 양부모가 시민권을 얻어 주지 않아 미국 국적이 없었다.
이후 클레이씨는 폭행 사건에 연루됐다가 시민권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2011년 7월 한국으로 추방됐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클레이씨는 한국에서 노숙자 쉼터와 복지시설, 정신병원, 교도소 등을 전전하다가 며칠 전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끝내 투신자살했다.
클레이씨의 한국생활을 도왔던 입양기관 관계자는 “클레이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한국생활에 적응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고전했다.
1979년 네 살 나이로 미국에 입양돼 시민권도없이 양부모 슬하에서 학대를 받다가 2016년 한국으로 강제추방된 아담크랩서(42)씨, 미국에서 강제추방돼 한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다 폭행사건을 일으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Y(43)씨 역시 비슷한 처지이다. 이들은 과거 무분별하게 이뤄진 해외 입양의 피해자다.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이전까지 해외입양은 정부 개입없이 민간기관에의해 이뤄지며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미국인 양부모들이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을 위해 필수인 미국내 입양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은 손을 놓고 있었다.
해외 입양인의 인권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미국정부는 2001년부터 ‘아동시민권법(Child Citizenship Act)’을 시행, 1983년 2월 27일 이후 출생한 입양인은 자동으로 시민권을 인정 해줬다. 하지만 클레이씨 처럼 1983년 2월 26일 이전 출생자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령에 상관없이 입양인시민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지만 아직 결론은 불투명하다. 미국의 일부상•하원의원이 2015년부터 관련 법안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회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폐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