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는 대통령 오는 대통령

2017-01-18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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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항의 리버티 섬에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의 한 모퉁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자유를 바라는 그대여, 가난에 찌들어 지친 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고난에 처해 갈 곳 없는 자들이여, 나에게 오라. 나는 황금의 문가에서 횃불을 들리라.”

미국은 피부색, 종교는 물론, 어떤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인종이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이다. 특히 가난하고 힘든 이민자들을 배려하는 나라여서 지금도 다른 모든 나라에서 이민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미국이다.


그러나 이틀 후면 미국의 수장이 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여전히 이민자 차별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출범 즉시 멕시코 국경설치, 무슬림 입국금지, 오바마 케어 폐지부터 하겠다고 나서 전국 50개 도시에서 수 천 명이 이를 성토하는 동시다발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이런 식으로 무조건 적으로 폐기하려 드는 것이 과연 합당한 태도일까. 많은 국민들은 우려의 눈으로 보고 있다. 우선적으로 무보험자를 위한 오바마 케어만 해도 많은 서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사장 진스는 CNN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49세 되던 해에 암 진단을 통해 6주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자신은 “오바마 케어 덕분에 보험에 가입해서 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오바마 케어를 대체 않고 왜 폐기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크리스 반 홀렌은 “트럼프 당선인의 반이민 정책에 대해 자유의 여신상을 땅에 파묻도록 그냥 내버려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그의 정책은 출범 전부터 말썽을 빚고 있다. 새로 출발하는 트럼프는 전임자들의 업적을 무조건 폐기하려 들기보다는 좋은 점은 취하고 나쁜 점은 개선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옳을 일이다.

무조건 뒤집고 파기하는 것만이 변화가 아니다. 1862년 미국은 도시에 밀집한 인구를 외곽으로 분산시켜 전국적으로 나라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토지법을 시행했다. 외곽에 깃발을 꽂아놓고 도시인들이 인접한 외곽에 꽂은 이 깃발을 뽑아 정착하면 그 지역이 그 사람의 소유가 되게 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외곽으로 깃발을 꽂아 나가다 보니 그런 지역이 점점 확대돼 서부지역까지 모두 인구가 번지면서 광활한 국토가 고루 발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미국이 강대국이 되는 토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일 새로 출발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성공하려면 미국의 상징인 자유와 평화, 평등에 위배되는 반이민 정책을 탈피하고, 선임자들이 이룬 정책을 수정 발전시키면서 토지법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을 만들어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제 트럼프에게는 인구 3억이 넘는 미국의 수장으로서 세계 최강국을 이끌어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는 지금 다른 어느 대통령들보다 취임직전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44%에다 비호감도 55%로 출발한다.

일부 정치인들마저 그를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취임식에 불참을 선언하는 등 정통성 시비파문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상황에서도 국정을 제대로 펼쳐나가려면 먼저 대결과 분열로 몰고 가는 독설을 멈추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230년 동안 벽돌 하나하나 쌓아올린 선조들의 위대한 업적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함께 더욱 강대한 미국을 만들겠다고 하는 굳은 의지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임자 오바마가 첫 취임때 한 연설 중에 “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를 기억하며 모든 국민의 협조와 동참을 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년 더, 4년 더...” 하며 아쉬운 환호의 물결을 이루며 명예롭게 떠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멋진 퇴임을 맞기 어려울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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