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그니처 룩

2017-01-14 (토) 천세련/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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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 모두 “변함없이 한결 같다”고 하는 말은 늘 같은 헤어스타일에 블랙 패션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등학교 졸업후 단발머리 도마핀에서 가르마가 없이 애교머리로 앞머리를 하는 것은 교복에서 벗어나 사복의 자유를 나타내고 싶었던 하나의 심리적 해방감의 표현이었다.대학교 때 사진을 보면서 그 시절 그 때를 떠올리며 졸업 후 사회에 나와서 교직 생활을 할 때 파마를 하였지만 그 후로는 여직껏 긴 생머리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로 때에 따라 한복을 입는 차시연때는 단아하게 묶기도 하고 더울 때는 올림머리도 손쉽게 혼자서 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짧은 커트로 변신을 생각도 해보곤 하지만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지금의 이 상태를 지속 하다 보니 매일 아침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주어졌다.샤워 후 머리카락을 다 모아 원형으로 동그라미 구술로 만들어 모아서 병에 담아 두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넣어 녹이 쓸지 않는 바늘 쌈지와 한 올씩 꼬아 만든 엔틱 브로치를 갖고 있다.

언젠가는 모아진 머리카락 구술과 펠트 울과 혼합하여 설치작을 만들어볼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나만의 시그니처 룩이라 생각하며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천연작업 재료감의 긴 머리를 계속 고집하며 유지하고 있다.


사시사철 유행에 상관없이 검정 옷들을 입으며 가끔 기분전환으로 밝은 색상을 입어도 제일 편한 옷은 검정이다. 세계적으로 멋의 감각을 즐기는 파리쟌느와 뉴요커들 패션계통의 남녀들 나이에 상관없이 선호하는 색상은 역시 검정이다.

갤러리 오프닝 때 가면 모두가 검정 물결 인파, 간혹 총천연색 머리 염색과 연출도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독창적이고 기묘한 아방가르드 시그니처 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노 요코의 전시가 모마에서 개인전 오프닝을 할 때 바로 옆을 지나치면서 수없이 보아온 그녀의 젊은 시절 사진과 지금의 실물 모습이 그대로 변함없이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동양여성의 자그마한 체구, 검정재킷과 검정 선글라스에서 풍기는 카리스마가 강하게 다가왔다.

중년이 되면 경험과 연륜으로 오랜 시간 자기만의 삶의 철학을 통해 내면에서 배어나오는 인향이 있다. 모자나 스카프, 악세사리를 이용한 분위기 연출은 명품 브랜드보다 더 깊은 멋과 자연스러움이 있어 보기에도 편안하다. 적당한 선은 스스로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률적인 사고에서 나오지 않은 작품은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 독특함과 다양함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다. 자신만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분위기가 활기차다. 사람=작품 겉=속이 일치되어서 흥미로움을 준다.

작가적 고집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기에는 부딪치는 문제들이 있지만 그래도 작가의 유일한 특권은 남과 다름을 인정받는 것이다. 그들만의 시그니처 룩의 감각이 기맥상통함으로 다가온다.

<천세련/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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