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멍텅구리

2017-01-14 (토) 이경림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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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홍수같이 밀려오는 지식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어느 누구하나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모두 영악하고 자신의 이익을 가장 잘 챙기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쉽사리 많은 것을 양보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마치 저능아나 또는 나아가서 멍텅구리라는 부류로 전락되어 버리고 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생각인데 어느 한 사람만이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생각을 말하면 이 사람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바보 또는 멍텅구리 소리를 듣게 되고 사람들로부터 슬그머니 소외된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에서 위대한 발명, 혁신 또는 발견의 공을 세운 위인들을 보면 그들의 창조적 발상은 하나같이 같은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묻혀지거나, 놀림을 당하거나 또는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지구는 둥글고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주장한 갈릴레오는 지구는 납작하고 바다 끝은 낭떠러지라는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바보같은 생각, 멍텅구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창조란 기존 질서의 파괴로부터 나온다. 누구나 영위하는 일반적인 삶의 구조 속에서 새로운 창조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기존 틀을 벗어난 발상이 일반적 사고방식과 충돌할 때 파괴가 일어날 수 있고 창조라는 새로운 틀이 탄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세기적 불후의 작품들을 남긴 수많은 예술가, 발명가들을 보라. 하나같이 그들 일상의 삶은 비참하였고 만인이 외면한 기존 삶의 파괴가 있는 상태에서 작품들은 탄생되어 왔다. 이태리의 패션브랜드 디젤(Diesel)이 흥미로운 광고를 냈다. “바보가 되라(Be Stupid)”.

이 광고 캠페인의 효과는 다른 브랜드들이 스마트(Smart)를 통한 창조혁신을 추구할 때 디젤은 거꾸로 바보 발상을 대안으로 내세워 성공적 브랜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바보같은 발상이 기존의 사고, 관습, 제도 등에 구속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대의 벽을 깨는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지약우(大智若愚)라는 말이 있다.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라는 뜻이다. 인간의 귀는 크디 큰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인간의 눈은 크디 큰 형상을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머리로는 크디 큰 지혜를 알지 못하여 그것이 마치 바보스럽게 여겨짐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이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이 결국은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도 된다. 2500여 년 전 중국의 노자(老子)가 은유법으로 이야기한 내용이 디지털 시대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될 줄이야…

영악하다는 것은 얄팍한 것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반, 거짓말을 쉽게 한다. 어떤 면에서 현대인은 얄팍한 단세포 생물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이태리 브랜드 디젤처럼 거꾸로 바보가 되는 것, 멍텅구리가 되는 것이 미래는 바보의 것이고 미래의 판도는 바보스러움이 지배한다는 명제를 더욱 분명하게 증명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간관계든지 비즈니스 관계든지 지금 양보나 포기가 미래에는 몇 배로 보상된다면 멍텅구리라고 손가락질 받을까?

손님들을 속여 정가보다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올린 스마트한 상인과 몇 퍼센트의 할인 혜택을 주어 이익을 덜 내는 바보 중 세월이 흐르면 누가 승자가 되느냐의 현실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경림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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