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헛된 희망 증후군!

2017-01-09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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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시작은 늘 새롭다.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다. 저마다 자신의 소망을 갖는 이유다. 새해는 희망을 품게 하는 마력이 있음이다. 정유년 새해를 맞아 한인 모두가 계획하는 일들 다 이루고, 건강하길 기원한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 그래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운다. 결심도 다짐한다. 그중 새해 결심은 특별하다. 뭔가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는지 모를 정도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이라 했을까?

연초엔 누구나 야심차게 목표를 세운다. 한 해 동안 달려갈 다양한 결심이다. 좋은 사람 되기, 건강, 금연, 돈 모으기 등등. 문제는 며칠 못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 새해 첫 주 안에 4명 중 1명이 포기한다는 연구결과다. 그나마 다행은 며칠 못 버틴다고 완전히 포기하진 않는다.


새로운 각오로 또 다시 꺼내 든다. 연평균 10회 정도 재차 결심과 다짐을 한다는 통계다. 매해 어김없이 반복되는 결심과 실패의 악순환이다. 새해목표와 작심삼일은 완전 상반되는 의미다. 하지만 언제나 함께 등장하는 듀엣인 셈이다.

흔히 새해목표는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다. 그렇다고 결심조차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세운 목표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새해 결심에 비교적 성공한 사람들도 평균 5-6회 실패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비록 좌절과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끝까지 밀고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그럼, 왜 많은 사람들의 목표와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는 것일까?
토론토 대학 심리학자인 피터 허먼 교수팀은 ‘헛된 희망 증후군(false-hope syndrome)’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증후군의 시작인 ’지나치게 야심에 차고 비현실적인 결심이나 계획‘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들의 관련 논문내용 골자는 이렇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행동이 실제보다 더 빨리, 더 큰 규모로, 더 쉽게 변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작은 규모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변화를 이루려 하지 않는다. 전면적 변신을 빠르고 쉽게 성취하려 하는 것이다.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비현실적 목표는 역효과를 일으키고 실패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심 지키기에 실패한 뒤에도 원인을 주로 방법론이나 내, 외부 상황 탓으로 돌린다.

조금만 계획과 방법을 바꾸면 성공하리라 판단한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인 목표와 기대치가 너무 큰 탓이란 점을 간과하게 되는 셈이다. 또 다시 결심을 세우고 시도하지만 실패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결심을 이룰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현실적이고 작은 결심을 하고, 큰 변화보다는 작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다이어트를 새해 결심으로 삼았다면 1주에 500g씩 줄인다는 비현실적인 목표로 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한 달에 500g씩, 1년에 5-6kg을 뺀다는 목표가 더 현실적으로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마법이 아니다. 습관으로 해야 한다. 마법은 한 순간에 큰 변화를 보여준다.

습관은 긴 시간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작은 목표에 만족하며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뱃살도 빼고 ‘몸짱’도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몸짱이 되려고 하는 것은 헛된 희망이다. 뱃살을 빼는 데 성공할 때 나타나는 좋은 점들 중에 하나가 바로 몸짱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보잘것없어 보이는 목표들이 실제 성취 가능성이 더 크고 이런 결심을 지키는 데 성공할 때 뒤따르는 좋은 점들이 많다는 의미다. 새해 결심의 성공비결은 작은 목표들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새해 밝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여러분의 새해 결심은 잘 지켜지고 있나요? 작심삼일로 끝나진 않았나요? 새해 목표는 달성하기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오늘은 새해 세웠던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수정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헛된 희망 증후군’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너무 빨리, 너무 높은 목표는 헛된 희망일 뿐이기 때문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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