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We Bought a Zoo

2017-01-07 (토) 고영준 아트디렉터/에지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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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이 저물고 2017년이 시작되었다. 지난해에는 사람들이 희망이라는 단어보다 절망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떠올린, 한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다사다난했던 한 해로 기억될 듯 하다. 해가 지날수록 사람들의 삶의 질적 수준은 양극화가 심화된다.

가진 자들은 자기들이 가진 것을 당연하게 누려야할 권리라 생각하고 그것에 따른 책임을 망각한다. 반면 없는 이들은 노력을 해도 희망 없음에 절망하며 더이상 미래를 꿈꾸지 않는 모습이다. 이것이 작금의 현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옮고 그르다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진 자들의 사회적 책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얘기다.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배려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완충 역활을 기대하게 하며, 이런 고민의 핵심을 짚은 영화를 한 편 소개하려 한다.


‘We Bought a Zoo.’ 이것이 영화의 제목이다. 감독인 카메론 크로우는 ‘제리 맥과이어’를 제작한 사람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을 탐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 작품마다 자신의 경험담을 반영하여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그래서 더욱 이야기의 사실감을 더해 감동이 배가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줄거리를 보자. 저널리스트인 밴자민은 뜻하지 않게 아내를 잃은 후 아직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두 아이를 데리고 새로운 삶을 위해 이사를 결정한다. 직장을 그만 두고 마침내 원하는 집을 찾게 되지만 여기에는 문을 닫은 야외 동물원이 포함되어 있다. 어려운 상황에도 전 재산을 투자해 동물원의 재개장을 목표로 전 가족이 합심하여 도전하는 것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자신들이 인수하지 않으면 250여 마리 동물 중 절반이 안락사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동물들을 매일 보살펴 주면서 의도치 않게도 자신들의 상처도 치유받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다. 진정한 베풂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것임을 깨달아 가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보게 된다.

어느 날 옆집에서 열리는 파티의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던 딸이 아빠에게 했던 말 " Their happy is too loud. "가 기억에 남는다. 이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저들의 행복은 너무 시끄러워" 겠다.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내가 행복하면 남들도 행복할 거라 믿는다. 우리는 2017년을 맞아 스스로를 관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의 행복이 남에게 어려움을 준 적은 없는지 살피고, 또 진정한 베풂을 통해 나 스스로가 치유된 경험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런 경험이 없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 영화를 통해 작은 마음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고영준 아트디렉터/에지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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