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네티컷/ 칼럼:꽃보다 아름다워

2017-01-05 (목) 고명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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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과 아벨 이후 평화의 동산에는 시기와 질투의 씨앗이 뿌려 졌고 사랑의 본질을 이탈하여 인간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다양한 형태로 분열되어 형상화 할 수 없는 죄의 종류는 인류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해졌다. 교묘하게 포장하고 찾아와 결절 되고 사랑이 떠난 자리에 슬며시 자리를 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붉게 물들어 가고 그러면서 오염된 물을 마시며 악취를 느끼지 못 하듯이 고통 없이 취하고 버리기를 반복하며 무감각하게 살고 있다.

큰 죄에는 정해진 처벌이 가해지지만 보이지 않는 은밀한 자신의 죄는 누구도 단죄할 수 없기에 수없이 넘어져도 아픔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다. 흔하게는 누군가의 첫인상을 지기의 짧은 잣대로 측량하고 그 좁은 틀 안에서 맘대로 자르고 붙여서 근거 없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그 만큼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대한다.

선입견이 정당한 생각을 방해하고 굴절된 마음에는 열릴 문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똑똑한 사람들이 별로 인정해 주지 않지만 다섯 가지 덕목을 품고 있다는 닭의 해를 활짝 열어 두었다.
가끔 가게를 방문하는 중년을 넘긴 남자손님이 있다. 올 때 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해도 별 반응이 없고 언제나 자기 말만 궁시렁거리다 곱슬머리 뒤 꼭지만 길게 남기고 돌아간다.


변함이 없는 그의 태도는 불쾌하기도 했지만 우리 가게에 찾아 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한마디씩 대화를 늘리다 보니 어느 날 “안녕하세요” “천만해요” 하고 한국말을 하면서 지금 자기가 하는 말이 제대로 된 발음인지 교정해 달라고 한다. 그는 내가 한국사람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몇 마디 한국말로 소통을 시도해 봤지만 부주의한 내 귀는 깨닫지 못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 손님에게 선입견이라는 부정정인 콩깍지를 끼고서 지금까지 대해 왔던 것이다

그 손님이 처음 가게를 방문하던 날의 기억은, 하늘색 셔츠 한 장을 들고 와서 손바닥 만한 커피자국을 깨끗이 빼달라고 강하게 주문을 했고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대답을 하면서 그의 얼굴을 보니 심술이 붙어 있는 비호감형이었다 예전에도 이런 부류의 손님은 가게에 도움이 별로 안 되었고 단골로 이어지는 일도 드문 임시 손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만 끝내주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저절로 올라간 입 꼬리마저 몰래 거두어 버렸었다.

그 비호감 손님은 지금도 “안녕하세요” 가게 문을 밀고 들어오고 나갈 때는 내가 가르쳐준 대로 “안녕히계세요” 하고 또박또박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당연히 웃는 얼굴에 손 인사도 빼놓지 않고- . 때론 부족한 우리는 외모나 조건을 보고 오답을 적어 놓고 정답이라 여겼던 주관적 사고와 행동이 죄악의 근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 할 때가 있다. 고난 속에서 보화를 캐듯이 마음도 갈고 닦으면 어두움 속에서도 선악을 구별하고 새벽처럼 밝은 세상이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나리라.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결단을 내릴 때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전환점이라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새해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한다. 닭의 해를 맞아 닭의 좋은 습성을 본받아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해 보았다 첫째 예의가 바르고, 둘째 신의가 있고, 셋째 다툼이 없고 성품이 어질고, 넷째 주위를 둘러보고 지켜주며, 다섯째 옳은 일에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한다.

세월이 더 할수록 욕망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좋지 못한 습성이 쌓여 가지만 미움과 질시를 몰아내고 이웃과 곳곳에 평화가 충만하여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화합하고 보듬어 주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희망찬 닭의 해에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운 마음 하나로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고명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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