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의 새해는 밝았는데…

2017-01-02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정치는 부패했다. 가치관은 무너지고 사회조직은 마멸돼 가고 있다. 오늘날 같이 패악(悖惡)한 시대가 또 있었을까’-.

포퓰리즘. 브렉시트. 난민위기. 테러리즘. 트럼프현상.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2016년을 풍미한 버즈워드(buzz-word)들이다. 그 단어들이 지닌 함의가 그렇다. ‘분노조절장애증세의 전 세계적 만연상황’을 가리키고 있다고 할까. 그 정황에서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온 한탄이다비관주의는 빠르게 감염된다. 쉽게 공진(共振)현상을 불러온다. 때문인가. 세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 미국인은 전체의 6%에 불과한 것으로 한 여론조사(YouGov poll)는 밝혔다.

새해가 밝았다. 희망의 새해다. 그렇지만 이 2017년에 대한 전망 역시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압도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끝났다.’(Pax Americana is Over) 뉴욕타임스의 선언이다. ‘G-7, G-20, G-1의 시대도 가고 이제는 ‘G-제로’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타임지의 분석이다. ‘2017년은 역사의 분기점을 이루는 한 해가 될 것이다.’ CNN의 전망이다.

여전히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다. 그 미국이 그런데 뒤로 물러서고 있다. 그 공백을 메우는 파워는 보이지 않는다. 2017년을 기점으로 리더십 부재, 다시 말해, ‘G-제로시대’의 대두와 함께 세계는 더 심각한 혼돈국면을 맞을 것이다. 미 주류 언론들의 하나같은 전망이다.

백악관발(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뉴욕타임스가, 또 타임지가 보이고 있는 우려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허물고 있다. 국제무역 체계를 흔들어 놓을 태세다. 중요 안보문제에 대한 발언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그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인권, 자유, 민주주의 등 전통적 미국의 전통적 가치에 별관심이 없다. 미 주류 언론들이 특히 분개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문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국제질서 불안정의 제 1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부재 상황에서 포퓰리즘만 횡행한다. 그 유럽에서 올해 중요한 선거가 잇달아 치러진다.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 독일의 총선이다.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극우세력의 승리와 함께 브렉시트에 이어 프렉시트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회교 수니파 극렬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세력은 크게 꺾였다. 그러나 세 만회를 위해 IS 등의 극렬 이슬람 테러는 세계 곳곳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난민문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게다가 푸틴 러시아는 호시탐탐 유럽의 분열을 노리고 있다.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이다.


경제가 불안하다. 그 가운데 공산당 1당 독재, 아니 시진핑 1인 독재체재 강화에 혈안이 돼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경직돼 있는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 중국 변수 역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흥국들의 불확실성도 크다. 카시미르를 둘러싸고 인도와 파키스탄은 언제 전쟁에 돌입할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신흥국들의 부채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표퓰리즘이 만연해 있다. 분노가 확산되면서 권력분권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그 결과는 유럽연합(EU), 나토, 유엔 등 국제기구의 무력화다. 세계화에 따른 국제협력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번 심호흡을 해본다. 그리고 역사라는 보다 긴 관점에서 되돌아보는 거다. YouGov poll 결과대로 세계는 결코 좋아질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익부 빈익빈은 계속 가중 될 것이다. 칼 마르크스가 일찍이 한 예언이다. 그러나 그가 살아온 세월 동안 그의 예측과는 달리 자본주의 종주국 영국의 보통 사람들의 생활은 3배나 부유해졌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냉전종식 후 지난 25년 세월동안 인류의 삶을 가리키는 각 지표들은 계속 상향곡선을 그려왔다. 그 한 가지가 37%에 이르던 전 세계의 극빈 율이 9.6%를 마크, 인류사상 최저 선을 마크 한 점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오늘날의 세계는 가장 살기 좋은 세계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자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하다. 그 정도가 아니다. 초불확실성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이 맞은 상황이 특히 그렇다. 경제는 ‘IMF위기’때 못지않은 한파에 휩싸일 수 있다. 안보상황은 더 엄중하다. 국정마비 상황은 장기화 되고 있다.

일견해 절망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보다 나은 장래를 위해서는 ‘창조적 파괴’도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말이다. 그 위대한 새 출발을 명예혁명을 성공시킨 1000만 촛불행렬에서 보았다면 지난 친 낙관일까. 보다 희망찬 새해를 기대해 본다.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