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스러운 밤의 꽃!’

2016-12-19 (월) 연창흠/ 논설위원
크게 작게
어느 덧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식물이 있다. 포인세티아다. 새빨간 붉은 잎을 가졌다. 잎은 선명하고 화려한 느낌을 준다. 푸른 잎과 색상의 조화를 이룬다. 크리스마스 색깔인 빨간색과 초록색 잎을 갖고 있어 인기가 높다. ‘크리스마스 꽃’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포인세티아는 멕시코가 원산지다. 원주민들은 오래전에는 가지를 자르면 나오는 하얀 수액은 해열제로 사용했다. 붉은 잎은 옷을 물들이는 빨간 염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포인세티아의 이름은 이 식물을 미국으로 가져 온 멕시코 주재 초대 미국대사이자 식물학자인 조엘 포인세트란 이름에서 딴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꽃으로 불린 것은 원산지에서 꽃피는 시기가 11월부터 1월이라 크리스마스 때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포인세티아의 잎이 붉게 된 것은 멕시코의 전설의 고향(?)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멕시코의 어느 마을에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착한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명의가 그 소녀를 찾아와 ‘이 병을 고치는 좋은 약이 있다. 그것을 구해오면 어머니의 병을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를 그려줬다. 소녀는 명의가 알려준 약초를 찾아 깊은 산 속으로 갔다. 소녀는 깊은 산 속에서 추위와 허기에 지쳐 소나무 밑에서 쉬고 있었다. 그 때 절벽을 바라보니 명의가 알려준 하얀 꽃이 핀 약초가 있었다. 소녀는 서둘러 절벽을 오르다 그만 추락하고 말았다. 소녀는 ‘하나님! 제 엄마의 병을 고쳐야 해요’라고 소리치며 기도했다. 그 때 천사가 나타나 피 묻은 약초를 건네주었고 그 순간 소녀는 씻은 듯이 나았다. 그리고 절벽의 하얀 꽃은 소녀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이것이 바로 겨울에 잎이 붉게 물드는 포인세티아라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기독교에서 포인세티아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는 크리스마스 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무 흠이 없는 흰 꽃 같은 분이시지만,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린 붉은 꽃이 되셨다”라는 의미심장한 뜻을 지니고 있다.
포인세티아를 가정이나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에 장식하는 풍습 역시 멕시코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멕시코의 한 마을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에서 예수탄생을 그리는 연극무대 앞에 선물을 가져다 두는 풍습이 있었다. 그러나 가난하여 선물을 준비할 수 없었던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러자 얼마 후 붉은 잎이 달린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다. 소년을 그 나무를 선물로 준비할 수 있었다. 그 때부터 멕시코 사람들은 그 화려한 나무를 ‘성스러운 밤의 꽃’이라 불렀다. 붉은 잎의 모양이 베들레헴의 별을 닮아 크리스마스 꽃이 됐다”는 이야기다. 이런 일화 때문이지 포인세티아는 ‘내 마음은 타고 있어요’, ‘축복’ 등의 꽃말을 지니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며 잠들던 시절. 빨간 양말에 선물이 가득하길 꿈꾸던 때. 교회는 안 다녀도 선물을 받으려고 교회를 가기도 했다. 성탄 이브에 교회에 모여 밤새우다 새벽 송을 부르며 다니던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었다. 그 때는 크리스마스가 마냥 신났었다. 어느 누구나 크리스마스의 추억들은 하나쯤 있을 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재미, 기쁨과 설렘은커녕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조국의 현실은 암담하다. 한인사회 경기는 풀릴 줄 모른다. 이웃, 친구들과 함께하기도 쉽지 않다. 그저 회한거리가 많은 12월일뿐이다.

한해의 끝자락이면 서민들에게는 삶이 힘들고 고달픔이 더 많은 시기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포인세티아의 꽃말은 ‘축복’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자신은 물론 친구와 이웃에게 포인세티아를 선물해 보자. 그렇게 축복을 함께 나누도록 하자. 그러면서 답답한 현실을 잊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연창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