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합 스타일 예배는 교회에 ‘독’

2016-10-12 (수)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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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욕구 맞추려다 모두의 영적 예배 방해

▶ 내부 역량 분산 부작용도

혼합 스타일 예배는 교회에 ‘독’

이민교회에서 한인 기독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의 가장 우선적인 사역은 예배다. 하나님은 영이기 때문에 예배자들은 진실한 영으로 예배해야 한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 역시 진정한 영적 소통과 은혜를 바라며 교회에 나온다. 따라서 예배의 성공은 사역의 성공이며 교회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오늘날 한인교회의 예배는 전통과 현대, 장년과 청년, 한국어와 영어 등 다양한 스타일로 나눠졌다. 대형교회는 다채로운 요구와 성향에 따라 주일예배를 여러 가지 스타일로 나누어 진행하기도 한다.

각자가 은혜로운 예배를 찾아 참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한 교회의 지붕 아래서 성도가 뿔뿔이 흩어지는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또 이런 상황이 교회의 연합된 힘을 약화시키고 세대를 이어가는 신앙의 전승에도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하나의 예배 안에 이런저런 스타일을 섞어 꾸미는 교회도 존재한다. 나름의 개성과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영적 예배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모두의 입맛에 맞추다보면 누구의 영적 갈증도 해갈하지 못할 수 있다.

크리스천 라이프웨이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10일 여러 가지 예배형식을 섞은 ‘혼합 스타일’의 예배가 갖는 치명적인 위험성을 경고했다. 언뜻 보면 구색을 모두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모든 참석자의 영적 예배를 방해하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혼합 스타일의 예배에는 교회 안에서 내부적으로 우월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파생시키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선택과 집중’에 치중하는 예배 때보다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예배를 구성하다 보니 스탭과 봉사자는 물론 일반 교인들 사이에서도 비교 의식이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혼합 스타일로 예배를 진행하면 담임목사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은 싫어하는 지가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다. 반찬 많은 밥상 앞에서 음식에 따라 식성의 기호가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교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도 당연히 많아진다. 성가대와 찬양팀, 현대식 영상자료에 전통적인 설교, 시간은 짧아지는 추세인데 넣어야 할 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제로는 교회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교회는 불필요하고 본질적이지 않은 일들에 파묻혀 쓸데없이 바빠지고 복잡해진다고 레이너 목사는 경고했다. 하나님을 향한 예배는 어느새 사라지고 분잡한 일만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혼합 스타일의 예배가 교회에 끼치는 해악 중에는 다른 사역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교회의 한정된 역량을 너무 많고 잡다한 일에 투입하는 사이 정작 교회가 해야 할 다른 사역 분야에서는 인력과 자원이 메말라 갈 수 있다.


예배의 순서와 내용의 대상을 지나치게 넓게 확대해 놓으면 막상 어느 부분을 바꾸거나 교체해야 할 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교인들의 성향과 선호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변경 사항에 대한 저항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갈 때 혼합 스타일의 예배가 장애가 되기도 한다.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예배 스타일을 바꾸면서, 좀처럼 시도하지 못했던 교회의 변화를 꾀할 수 있었다. 혼합 스타일의 예배를 고수하는 교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조화를 이루는 예배 스타일과 혼합과 잡탕 스타일의 예배는 다르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스타일과 현대 스타일을 적당하게 섞어 내놓은 타협의 산물이 조화로운 예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많은 위험성과 비효율성을 무시한 채 혼합적인 예배를 강행할수록 예배는 진정성을 잃어가고 교회를 찾는 발걸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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