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루머와 피해자

2016-09-15 (목) 최희은/ 경제팀 차장
크게 작게
9월27일. 얼마 전 한 회계사로부터 들은 일명 ‘달러 폭락의 날’이다. 이 회계사는 지난 달 “미국 경제전반에 이상한 루머들이 돌고 있다. ‘달러가 반 토막으로 폭락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묻는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는 심리 게임 인데 불안이 불안을 낳고 악성 루머가 꼬리를 물면 결국 멀쩡한 경제도 넘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미국 최대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 닷컴’, 유투브 등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러시아 개입설, 미국의 경제버블 때문에 달러가 휴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이같은 루머를 뒷받침할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글이나 영상은 찾지 못했다. 대신 달러 폭락에 앞서, 은행에서 돈을 빼서 자신들에게 가져와 투자하라는 영상이 올라와 있을 뿐이다. 루머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사례는 이미 우리 가까이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퀸즈의 한 식당 업주에게 바비큐 가격을 할인하는 이유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식당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아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업주의 대답이었다. 할인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가능한 한 많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불러, 자신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이뿐 아니다. 렌트를 못내서 곧 쫓겨난다는 루머, 반값 할인이라고 광고를 냈더니 폐점 세일이라는 루머가 돌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올 여름 들은 제보들이다.

경기가 바닥을 치던 7년 전의 비슷한 일이 떠올랐다.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의 한 식당 업주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유가족과의 통화를 위해 업주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전화는 해당 식당 업주가 받았고 그는 “내가 자살을 했냐”며 되물었었다.

선동과 음해의 도구는 거짓말이다. 한인 사회를 휘젓고 다니는 근거 없는 루머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나치 독일의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는 “선동은 문장 하나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해명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괴소문에 매출이 하락하고 매장이 썰렁해지지만, 이것을 감당하는 것은 오직 피해자의 몫이다. 사실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세일을 하고 홍보를 해도 떨어진 매출은 쉽게 올라가지 않는다.

<최희은/ 경제팀 차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