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미가 되는 일

2016-09-10 (토) 강미라 첼리스트/ 뉴브런스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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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기르는 과정은 어려웠다. 가족은 모두 한국에 있는 유학생 출신들의 결혼 이었기에 주변에 아무도 없이 아이를 길러야 했다. 겁이 나고 고달팠다. 정말이지 육아에 대한 것은 아는 것이 단 한 가지도 없었던 내가 갑자기 생명 하나를 기르는 엄청난 책임과 부담을 지게 되었던 것이다.

수도 없이 많은 육아 책을 읽었고 인터넷에 육아 사이트도 열심히 들락거렸다. 젖이 부족해 늘 배고파하며 잠을 설쳐대던 아기로 인해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때 칭얼대던 아가를 붙잡고 한밤중에 쓴 육아 일기의 내용이다.

‘ 아이는 엄마를 통하여 자기자신에 대하여 배우고
아이는 엄마를 통하여 세상을 배우고
아이는 엄마를 통하여 하나님을 배운다.‘


평이한 글이지만 그때 내게 이 내용은 너무나 절실한 현실이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내가 그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나의 손길이 소중하고 다정하면 아가는 자신이 존중 받을 만한, 사랑 받을 만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고 나아가 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아기는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이 세상이 어떠한 곳인지를 배우게 되고 내가 영원자 앞에 겸손함으로 서면 아이도 그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책임감은 피곤에 지친 나를 다잡으며 하루 하루를 버티게 하였다.

음악을 가르치면서 나는 선생은 과연 어머니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학생들 중 상당한 실력을 갖춘 아이들이 많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음악 대학을 졸업한 아이들까지 다양한 아이들을 가르칠 때면 당연히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재능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학생들을 동등하게, 각자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엉터리 같은 연주라도 작은 발돋음을 함께 기뻐하는 선생과의 교감을 통해 아이들은 음악 자아에 확신을 얻게 된다.

그들이 음악도로 또 어린 인간으로 성장을 함께 하며 지켜봐 주는 선생으로 인해 학생들은 음악을 사랑하게 되고 음악을 하는 자신을 믿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기르며 어린 생명의 자아와 세상의 거울이 되어주는 것 과 같이 음악 교육 또한 ‘육아’ 와 다름 아니다.

실제로 내 학생 중에 늘 자신은 수학, 과학엔 자신이 있지만 음악엔 재능이 없다고 믿던 녀석이 있다. 그 녀석은 이제 어엿하게 뉴저지 올스테이트 오케스트라에 상위권에 합격하여 아틀랜틱 시티의 교육 컨벤션과 뉴저지 퍼포밍 아트센터에서 연주를 하게 된다. 부족한 자식이 더 애틋하듯 이런 학생들은 마음에 평생 남는다. 나를 통하여 음악에 발을 내딛고 자신의 음악적 소양을 믿게 되고 음악을 사랑하게 되는 나의 음악의 자식들을 기르는 과정은 많은 책임감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참으로 보람 있고 기쁜 일이다.

<강미라 첼리스트/ 뉴브런스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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