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얼마나 기막힐 기적의 행운인가!

2016-09-03 (토) 이태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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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아서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가 그의 ‘삶의 지혜(The Wisdom of Life)’에서 하는 말이다. “옛날 선인이 진실로 말하기를 세상에 세 가지 큰 세력이 있다. 슬기와 힘과 운(運)인데 내 생각에는 그중에서 운의 영향력이 제일 크고 유효하다.”

한 사람의 삶은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 같아 운이란 바람에 따라 배가 빨리 가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열심히 계속해서 노를 저으면 항해에 좀 도움이 되겠지만 갑자기 돌풍이라도 불게 되면 노 젓기는 헛수고가 되고 만다. 그러나 순풍을 만나게 되면 노를 저을 필요도 없이 순항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컫노니 이 찬스 우연이란 아주 고약한 놈이라서 믿을 게 못 된다. 그래도 우리에게 빚진 것도 없고 또 우리가 받을 권리나 자격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일방적으로 주는 선심과 은총에서 선물로 주겠다면 이런 은혜를 ‘찬스’ 말고 그 누가 우리에게 우연히 베풀 수 있겠는가? 다만 우린 언제나 겸허히 기쁘게 이를 받을 희망을 품을 뿐이다.


누구나 시행착오의 미로를 통해 한 평생을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지나치게 부당한 자책을 하기 보단 여러 시점에서 행운을 놓치고 불행을 맞은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인생살이가 전적으로 자신의 소관사항이 아닌 두 가지 요인의 산물인 까닭에서다. 일어난 일련의 사태와 이를 어떻게 자신이 처리해 왔는가로 이 둘이 항상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수정해왔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기막힐 기적 이상의 행운인가! 우리 각자가 이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본다는 축복 중에 축복이... 우리 각자 두뇌 속에만도 하늘의 부지기수 수많은 별들만큼의 신경 단위세포인 ‘뉴론들(neurons)’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해보지 못했을 일들도 하늘의 별만큼 얼마나 많은가.

기어도 보고,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날아도 보고,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풀, 꽃, 산과 들, 강과 바다도 보고, 갖가지 시고, 맵고, 짜고, 달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어 보고, 새 소리, 비 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자연의 소리 들어보고, 가슴에서 샘솟는 시와 노래를 지어서 읊고 부르기도 또 듣기도 해보고, 기쁨과 아픔, 그리고 슬픈 사랑도 해보고, 영고성쇠(榮枯盛衰)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본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죽어도 본다는 것, 이 모든 것을 담아 우리 모두 무지개 배를 타고 망망대해 코스모스바다로 황홀하게 항해해 본다는 게 이 얼마나 기차도록 기막힐 기적이고 행운인가!

<이태상/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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