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밀레니얼 따라잡기

2016-08-30 (화)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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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은퇴를 하신 분이 슬쩍 손을 들어 애플워치를 ‘자랑’하셨다. 새카만 자판이 손가락 명령을 따라 신기할 정도로 온갖 정보를 보여준다.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맞아. 이렇게 시대를 따라가야 하는데…’ 자극을 받았다. 그 시계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을 부리는 사치품도 아니다.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최첨단 세상에서 정상적으로 살려면 이 정도 시간과 돈의 투자는 할 만한 일이라 여겨진다.

아직도 일상의 중요한 일들이 손가락 하나로 이루어지는 것에 편안 하지가 않다. 혹시 뭘 하나라도 잘 못 눌러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겁이 난다. 뒤늦게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남편이 번번이 이거 어떻게 된거지? 이거 뭘 눌러야 하는 거지? 하고 물어보면 장님이 장님을 안내하는 격이 된다. 얼마 전에는 그야말로 뭔가 키보드 하나를 무심코 잘못 눌러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영어를 잘 못 알아 듣고 문제가 더 커질까봐 한국인 컴퓨터 센터를 찾아 화잇스톤 브릿지를 넘나들었다.

세상을 따라가느라 애를 쓰지만 애써서 하나를 배우면 또 새로운 것이 나오고 그걸 겨우 익히면 또 다른 것이 나타난다. 몇 년 전에 설치했던 인스타그램을 다시 설치하려니 그 사이에 기능이 더 많아져 패스워드 찾아 쓰는 것부터 진땀이 났다. 젊은 세대에게는 타다닥 손끝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이 마치 올라갈 일이 까마득한 절벽처럼 느껴진다.


세대가 다르다는 말이 흔히 쓰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한다는 식의 가벼운 것이었다. 어른들은 미니스커트나 장발을 보며 쯔쯔 젊은 것들…..”했고, 전축이나 TV를 만지지 못하는 부모님을 답답해했었다. 그 정도다. 그러나 요즈음 ‘세대가 다르다’라는 말은 보다 심각하다.

오늘 날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는 근본부터가 완전히 다른 것 같다. 누가 그들은 다른 인종이라고 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지금 미국에 이민 와서 생활의 터전을 다진 한국 사람들 거의가 베이비부머들이고 여기서 태어난 그들의 자녀들이 다 밀레니얼 들이다. 이곳 한국인들에겐 사상 뿐 아니라 영어 때문에 더 세대차가 심각하기만 하다.

무명의 버니 샌더스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 힐러리를 누를 뻔 했던 힘이 바로 그 밀레니얼의 힘이었다. 힐러리나 트럼프가 속해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제 서서히 밀려나며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이 주인공에 들어서고 있다. 모든 면에서 미국 사회를 잡고 있던 베이비부머가 현재 약 7,700만 명이며 대부분이 노인이다. 한창 왕성한 나이의 밀레니얼 인구는 9,200만, 숫자만으로도 우세하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통령에 출마를 하고 있으니 완전히 밀린 세대가 아니라는 자부심만으로 살아 갈 수는 없다. 이 정도라도 체력이 받쳐주고 머리가 돌아갈 때에 미래를 대비해야겠다. 지금부터라도 밀레니얼이 가고 있는 길로 들어 설 것인가, 두 손 놓고 살아오던 대로 가 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인가? 물론 따라가야 한다. 역부족인줄 알지만 따라가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우선 스마트 시계를 하나 장만해야겠다. 기껏해야 스마트 폰으로 카톡이나 하고 동영상이나 볼 것이 아니라, 스마트 워치를 사용해 무한대의 세상을 탐험하고 정보와 분석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생활을 일일이 경험해 봐야 할 것이다. 전혀 바쁘지 않은 은퇴 생활이지만 스마트 시계를 찬 70대 멋쟁이 신사 분에게 박수를 보낸다.

<노려 웨체스터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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