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

2016-08-29 (월) 홍성애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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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의 글로벌 축제 브라질 리오의 여름 올림픽이 8월21일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4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펼쳐 보이는 각국 운동선수들의 집념어린 표정과 진지함은 때로는 숭고함까지 느끼게 했다.

늘 그렇듯 올림픽 중 특별히 각광을 받고 스타로 군림하는 선수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 리오 올림픽에선 단연 자마이카의 육상선수, 유세인 볼트의 세 올림픽 연속 세 종목에서 금메달 획득, 전대미문의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의 올림픽 사상 최다인 29개의 메달획득, 요정같이 등장한 미국의 여자 기계체조 선수, 깜찍하게 생긴 시몬 바일스, 또한 한국선수들 중엔 112년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첫 골프대회에서 역사적인 금메달을 쥔 여자 골퍼 박인비, 세 올림픽에서 연속해서 금을 따낸 사격의 진종호, 펜싱의 어린 선수 박상영, 여자 양궁의 장혜진 등등… 놀랍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는 처절한 노력의 결과, 우리를 감동시키고 때로는 눈물짓게 하고 가슴 훈훈하게 하고 우리의 가슴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정열의 불씨를 살리게도 하는 경기들이 펼쳐졌다.

그 중에서 인간의 육상신화를 이룩해 낸 볼트나 수영의 천재 펠프스는 이미 너무 잘 알려진 인물들이지만, 특히 19세의 까만 진주 여자 짐나스트인 시몬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성장한 배경과 뒷이야기들을 접하고 나는 다시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기 때, 마약과 알콜 중독자인 어머니가 기를 수 없게 되자(법적으로 아기를 떼어 놓음), 할아버지가 그녀를 데려다 키우다가 나중에 정식으로 딸로 입양했다. 관중석에서 열렬히 응원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할아버지의 둘째 아내로 친 혈연관계가 아님)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였다.

가난하고 환경이 심히 어려운 가운데 얼마나 힘겹게 그 애를 키웠을까? 그러나 모든 역경을 딛고 참아내고 피땀 어린 노력을 해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이 거의 완벽한 기술과 연기를 습득하기까지 말할 수 없는 인내의 세월을 같이 했을 것이다. 시몬은 인터뷰에
서 할머니, 아니 어머니 넬리는 힘들 때 시몬을 늘 격려하고 지원해 주었다고 말한다.

이번 리오 올림픽에서 그녀는 금메달 4개, 동메달 한 개로 총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첫 출연한 올림픽 전에 이미 3차례 세계선수권, 미국 선수권을 따서 리오 올림픽까지 총1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2007년 처음 짐나스트로 등장한 이래, 2015년엔 3년 연속 세계 여자 기계체조 세계선수권자가 된 최초의 여자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녀가 개발한 한 동작은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Biles Move’ 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텍사스의 스프링엔 그 가족이 소유한 세계선수권센터(World Champions Center)가 있는데 시몬은 거기서 2016년 여름 올림픽을 위해 맹훈련을 했다고 한다. 전 종목 평형, 도약뜀틀, 훌로워 루틴에서 월등한 점수를 올리며 미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팀 ‘The Final Five’와 함께 기리 남을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다부지고 작은 키(104 파운드/4’7”)에 자신만만하게 보기에도 시원한 묘기를 펼치는 그녀의 모습은 강렬하게 우리 뇌리에 각인되어졌다. 신화적인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6’4”)와 함께 포즈한 사진에 그녀는 겨우 그의 겨드랑에 닿을 정도여서 그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인간의 위대한 영혼-고난의 극복, 끈질긴 인내, 목표달성을 위한 피눈물나는 훈련, 정진, 이 모든 것을 그녀는 리오 올림픽기간에 우리에게 생생하게 온 몸으로 보여 주었다. 그녀는 체구는 작지만 위대한 거인이다.

<홍성애 법정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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