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참하게 희생되는 아이들

2016-08-24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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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야드는 터키 국경지대와 시리아의 IS거점 락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시리아의 수많은 난민들은 이 “텔아비야드를 넘어라” 즉 “지옥을 넘어라, 그래야 우리가 산다”고 외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난민들은 이곳을 넘을 때 경계선인 철조망 위로 먼저 아이를 올려서 넘긴 다음 뒤이어 넘어 온다. 그리고는 터키의 각종 상점에서 구명조끼를 구입한 후 브로커에게 1인당 1,000달러씩 주고 50명 이상이 탄 구명보트(정원 15명)에 몸을 싣고 그리스의 레스보스 항구로 향한다.

거기까지 요행히 살아남은 난민들은 항구에 도착한 후 구명조끼를 온 사방에 벗어던지고 다시 크로아티아를 거치고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로 향하다 유럽전역으로 흩어져 들어간다. 이 경로가 총 3,000킬로미터로 일명 ‘난민 하이웨이’라고 불린다.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시리아 난민 수백 만 명이 살길을 찾아 유럽으로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이런 일도 있었다. 정원을 초과해 한 난민선에 타고 있던 난민 550명이 지중해에서 이태리를 향하던 중 구조선을 만나자 모두 반가워서 그쪽을 향해 몰려들다 보니 배가 한쪽으로 쏠려 배가 전복돼 모두 바다에 빠졌다. 이들은 거의 구조됐으나 7명은 죽었다고 한다. 이처럼 지중해에서 난민의 목숨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시리아 사방에서 모여들어 죽음을 무릅쓴 항해 끝에 유럽 각국으로 흩어진 이들 수많은 난민들은 유럽을 제3세계로 바꿔 놓았다.


이들은 모두 운 좋아 살아남은 사람들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다 바다에 수장되었다. 이중에는 터키에서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보트가 에게해에서 난파돼 구명조끼를 입은 18개월짜리 어린이가 바다에서 구조된 사건도 있었다. 이런 사례가 어디 이 어린이 뿐이겠는가. 배가 난파, 혹은 전복되어 바다에 빠져 죽은 어린이의 수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터키 해변가에 파도에 떠밀려와 숨진 채로 발견된 세 살배기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처절한 죽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세계인은 이를 보고 모두 경악하고 이렇게까지 되도록 무얼 하고 있었나 자성하며 비탄에 빠졌었다
또 시리아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구조된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 소식도 있었다. 다행히 이 아이는 구조됐지만 얼굴은 피범벅, 온몸이 재로 뒤집어쓴 상태로 울기는커녕, 온통 퉁퉁 부은 눈으로 하늘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던 것도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IS 자살 폭탄테러에 동원되고 있는 것은 더욱더 충격적이다.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테러의 범인이 잡고 보니 분별력도 아직 없는 앳된 얼굴의 10대 미소년으로, 그는 상의 안에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 소년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국가 IS에 극단주의 사상을 세뇌당한 지하디스트, 이른 바 ‘칼리프의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이렇게 IS에 충성 맹세한 10대 초반의 소년이 최근 터키 결혼식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 어린이 22명을 포함 총54명을 숨지게 한 놀라운 사건도 있었다. 이 소년의 목적은 IS에 맹목적인 충성심으로 알라신과 이교도와 싸우다 숨진 순교자들을 위한 영웅적인 공격이었다.

국제아동기금 유니세프는 문제의 이 어린이들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개탄하고 있다. 4년간 계속된 시리아 내전에서 숨진 사람은 총 20만 명인데 어린이가 20% 이상이라고 한다. 난민들은 외친다. “우리는 아무런 희망도 없고 단지 생존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은 이런 표현조차 제대로 못하고 참혹한 고통을 겪고 있다.

‘어린이는 인류사회 꿈이고 희망이고 미래’라고 선언한 아동 인권보호 헌장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이야기다. 난민 어린이의 이러한 참혹상을 국제사회는 언제까지 바라보고만 있을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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